대구에서 대형 반려견을 이용한 길고양이 사냥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구 남부경찰서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 A씨로부터 ‘한 부부가 자신들이 키우는 대형견을 이용해 길고양이들을 죽이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의 고발장이 접수됐다고 10일 밝혔다.
이 고발장은 지난달 28일 경찰에 접수됐다.
부부가 밤마다 개를 데리고 대명동 두리봉네거리 일대 인적이 드문 길을 돌아다니며 길고양이를 사냥한다는 것이다.
제보를 한 캣맘은 ‘견주 부부가 개를 풀어놓으면 길고양이를 하루에 4~5 마리, 많게는 10마리도 잡는다’, ‘길고양이 사체는 검은 봉지에 싼 뒤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린다’고 주변에 말하고 다닌다고 주장했다.
대명동에서 활동하는 캣맘들 역시 이 견주 부부에 대해 알고 있었다.
부부가 키우는 대형견이 늦은 밤 목줄을 단 채 혼자 외진 길을 돌아다니거나 길고양이를 쫓아다니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6월에는 개가 평소 산책하는 길 근처에 있는 환기구에 길고양이 어미와 새끼 3마리가 빠져 있는 것을 한 캣맘이 발견해 구조하기도 했다. 환기구는 지하 약 7m 아래로 연결돼 있다.
당시 구조에 참여한 한 캣맘은 “4년 넘게 이곳에서 활동했지만 이렇게 깜깜하고 위험한 곳에, 그것도 여러 마리가 동시에 떨어지는 건 본 적이 없다”며 “무언가에 쫓겨 급하게 들어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A씨를 포함한 캣맘 30여명은 경찰 신고 전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약 일주일간 견주와 개가 자주 다니는 산책로 일대에서 조를 나눠 잠복하기도 했다.
이들은 잠복 이틀째인 지난달 28일 오전 견주 부부의 집 앞에서 3~4개월 된 새끼고양이 사체가 든 쓰레기봉투를 발견했다.
고양이는 복부 등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남구청 등에도 민원을 제기해 두리봉네거리 인근에 ‘대형견 목줄 관리 부주의로 인한 길고양이 물림 사고가 발생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게시되기도 했다.
남구청 관계자는 “견주가 개 목줄을 일부러 손에서 놨다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며 “혹시 모를 사고를 막기 위해 계도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로부터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이 접수됐다”며 “견주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수사 하고 있어 정확한 내용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견주 부부는 남구청과의 통화에서 길고양이 학대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들은 ‘산책 때 일부러 목줄을 놓은 적이 없으며 실수로 잠시 놓쳤던 것’, ‘집 앞 쓰레기봉투에 있던 사체는 마당에 들어온 고양이를 개가 물어 죽여 내놓은 것이다’고 주장했다.
【대구=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