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생존자 계속해서 벽 두드려 구조대에 신호 보내 사고접수 40시간 만에 24명 전원 구조 선체 내부 온도 48.9도 넘어...30시간 이상 버텨
“화물선 안에서 들리는 벽을 치는 소리가 구조대원들이 구조작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한 진정한 원동력이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해안에서 현대글로비스 소속 자동차운반선 골든레이호가 전도되는 사고가 발생한 지 40시간만에 전원을 구조한 미 해안경비대(USCG) 찰스턴지부를 이끈 존 리드 대령은 “사람들이 살아 있다는 걸 아는 것이 모든 차이를 만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고는 지난 8일 오전 발생했다. CNN, AP통신, NPR 등에 따르면 해안경비대는 8일 오전 2시께 골든레이호로부터 배가 기울고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당시 골든레이호는 중동에 수출될 완성차 4000여대를 싣고 있었다.
해안경비대는 신고를 받은 후 2시간 만인 8일 오전 4시께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 구조대는 한 시간만에 20명을 구조했다. 골든레이호에는 미국인 도선사와 한국인, 필리핀인 선원 등 24명을 태우고 있었다. 해안경비대는 탑승자 중 5명을 헬기로, 15명을 배로 구조했다.
나머지 4명은 실종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화물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리드 대령은 구조작업을 중단하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그러던 중 해안경비대는 9일 오전 11시께 트위터를 통해 실종 선원들이 화물선 내부에 있음을 확인했고, 오후 1시께 실종 선원 4명이 모두 살아 있다고 전했다.
한국 선원들은 벽을 두드리며 자신들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구조신호를 보낸 것이다. 구조대는 처음에 배 안에서 들리는 두드리는 소리가 화물칸에 실린 차들끼리 부딪히는 소리로 생각했다. 하지만 9일 오전,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규칙적으로 들린다는 것을 파악하고 선원들의 생존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해안경비대의 분위기는 반전됐고, 전력을 다해 구조에 나섰다. 이 소리는 생존자들의 위치 파악에도 도움이 됐다. 이 소리 덕분에 구조대는 길이 200m나 되는 거대한 화물선 안에서 선원들이 어디에 갇혀 있는지를 알수 있었다고 리드 대령은 설명했다.
한국인 선원들은 사고 발생 36시간 만인 오후 2시께 구출되기 시작했다. 구조팀장 로이드 헤플린 중위는 수색대를 이끌고 기관실 추진기 부근의 공간에 있던 한국인 선원 3명을 구조했다고 말했다. 화염과 인화물질 폭발 위험 때문에 선내 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해양경비대는 직경 7.5㎝의 구멍을 뚫어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 우선 물과 음식을 넣어주고 신선한 공기를 주입했다. 이후 두 개의 구멍을 더 뚫었다.
리드 대령은 구출된 한국인 선원 3명의 컨디션은 좋은 편이며, 3명 중 2명은 스스로 걸을 수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브런즈윅의 온도는 32도를 웃돌고 습도는 80%에 달해 체감온도는 37.8도가 넘었을 것이라고 NPR은 보도했다. 리드 대령은 선박 내부 온도는 아마도 48.9도 이상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해양구조대가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구조된 선원들의 피부는 빨갛게 익었고, 물로 얼굴을 씻기도 했다.
마지막 구조자는 엔지니어링실 강화유리 뒷편에 갇혀 있었다. 그곳엔 더이상 신선한 공기도, 음식도, 물도 제공될 수 없던 상황이었지만 한국인 선원이 처음으로 구조된 지 4시간 후인 오후 6시께 구출 소식이 전해졌다.
골든레이호가 전도된 원인은 파악 중이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사고 지역에 두 명의 조사관을 파견했다. 해안경비대의 피해평가팀, 조지아주 천연자원부(DNR), 글린카운티 소방서 등이 함께 힘을 보탤 것이라고 해안경비대는 설명했다.
브런즈윅 항구에서 골든레이호에 차들이 선적되던 모습을 지켜본 한 여성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평소와 다를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