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커지는 ‘1인 출판 시장’
자가 출판 플랫폼 ‘부크크’의 한건희 대표는 “독립 출판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1인 출판 시장이 커지고 있다. 교재, 자서전, 에세이, 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골고루 펴낸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조 씨는 자동차 관리법을 공부하려다 마땅한 책이 없어 직접 책을 출간했다. 그는 “대부분 법령집은 광범위한 분야를 하나로 묶어서 두껍고 가격도 비쌌다. 필요한 부분만 따로 떼 내 책으로 만들기 시작한 게 시리즈로 이어졌다”고 했다.
최근 원고만 올리면 편집부터 디자인까지 뚝딱 책으로 만들어주는 자가 출판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201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서비스를 선보인 교보문고 ‘퍼플’을 비롯해 2014년 문을 연 부크크, 최근 시장에 진출한 ‘북팟’ 등이다. 아직 전체 규모는 작지만, 자가 출판 시장은 해마다 성장률이 가파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2012년에 비하면 올해 매출 규모는 10배 정도 성장했다”고 했다.
각 플랫폼에 올라오는 원고는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 일단은 에세이나 소설, 팬픽과 작은 시장을 노린 실용서와 교재가 대세를 이룬다. 하지만 경찰행정법을 다룬 ‘곧경감’이나 ‘헤어디자이너의 인턴 일기’, 레몬나무 키우는 법을 담은 ‘레몬나무 키우기’ 등 수요가 작아 기존 출판사에선 펴내기 힘들었던 책도 인기다. 겨루, 어비북스, 쿰라이프게임즈 등 작은 출판사도 플랫폼의 단골 고객. 최근에는 여행서, 학원 교재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라고 한다.
북팟에서 펴낸 산문집 ‘그림책 별별서평’(왼쪽)과 시집 ‘제주행 삼등 완행열차’. 북팟 제공
자가 출판으로 팬픽을 여러 권 출간한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자가 출판은 개인에게 매력적인 출판 통로”라고 말했다.
“인지도 없는 개인이 출판사 문을 두드려 계약을 맺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죠. 자가 출판은 막막한 출간의 기회를 쉽게 열어줍니다. 책이 다소 엉성하고 내용도 날것에 가깝지만 출판사의 개입 없이 오롯이 나를 드러낼 수 있어요.”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