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발중 1발 불발, 1발 내륙추락 연속발사에 기술결함 드러내 발사 지켜보던 김정은 표정 굳어 美와 협상 의식 시험 서두른듯 김여정 연이어 참관… 정치위상 과시
발사관 4개 중 3개 열려있는 이동식 발사대 10일 ‘초대형 방사포’(KN-25) 시험발사를 참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발사대를 살펴보며 웃고 있다. 공개된 이동식 발사대 발사관 4개 중 3개가 열려 있어 북한이 3발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왼쪽 사진). 하지만 합동참모본부가 같은 날 2발의 발사체가 탐지됐다고 발표한 것으로 볼 때 북한이 3발 연속 발사를 시도했으나 1발은 불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0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을 지도했다며 “시험사격은 사격 목적에 완전 부합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 공개한 사진에선 시험발사 과정에서 실패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발사 후 이동식 발사대를 찍은 사진을 보면 총 4개 발사관 중 3개의 전면부 캡이 사라져 있어 북한이 전날 발사체 3발을 발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2발을 발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3발 연속 발사를 시도하던 중에 1발이 불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의 탐지자산으로 포착 가능한 500m 이상 상공으로 올라오지도 못하는 등 사실상 불발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나머지 2발 중에서도 1발은 330여 km를 날아가 목표 지점인 함경북도 무수단리 앞바다의 알섬 인근까지 도달했지만 다른 1발은 200여 km를 비행한 뒤 내륙에 추락했다.
김 위원장의 표정에서도 시험발사 과정에서 실패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날 북한은 김 위원장이 시험발사 참관 후 발사대 옆에서 웃고 있는 모습을 공개했지만, 정작 망원경을 들고 책상에 앉아 발사 장면을 지켜보는 사진에서 김 위원장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지난달 24일 시험발사에 성공했을 당시 하늘로 솟구치는 발사체를 보며 크게 웃고 있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은 지난달 24일에 이어 10일 시험발사에도 참석해 높아진 정치적 위상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무리하게 시험발사에 나섰다가 부분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담화로 북-미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을 내비친 북한이 협상 전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정밀한 사전 점검 없이 성급하게 기술력을 과시하려 했다는 것.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초대형 방사포는 지난달 한 차례만 시험발사를 했을 뿐이어서 비행 안정성이 확보됐다고 보기 힘들다”며 “국방 기술을 과시하려다 문제에 부딪힌 것”이라고 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조만간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추가 시험발사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손효주 hjson@donga.com·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