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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볼턴, 김정은 향해 ‘리비아 모델’ 언급한 것은 큰 실수”

입력 | 2019-09-12 07:3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핵 협상 과정에서 ‘리비아 모델’을 언급했던 것에 대해 “매우 큰 실수”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을 전격 경질한 직후 그의 대북 협상전략을 비판하며 이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이견이 컸음을 확인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은 매우 큰 실수였다”며 “좋은 언급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다피에게 일어난 일을 보라”며 “그 발언은 (북한 비핵화 협상에) 차질을 빚게 했다”고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이 지난해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비핵화 방안으로 제시했던 이른바 ‘리비아 모델’은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 방식으로, 북한이 극도의 거부감을 보였던 모델이다. 미국은 리비아가 2003년 핵무기 포기에 합의하고 2년이 지난 뒤 경제적 보상을 이행했다. 당시 리비아 독재정권의 지도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는 2011년 반정부 시위로 권좌에서 물러난 뒤 은신 도중 과도정부군과 반(反)카다피 세력의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이 리비아 모델을 언급했을 때 우리는 매우 심하게 퇴보(set back)했다”며 “그가 리비아 모델을 언급해서 저지른 실수는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또 “나는 이후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말한 것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강함의 문제가 아니라 현명하지 못한 것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리비아 모델’을 세 차례나 거듭 언급하며 이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시했다.

특히 그가 카다피 정권의 결말을 언급하며 리비아 모델의 문제점을 비판한 것은 체제 안전보장을 요구해온 북한의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르면 9월 하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북한이 원하는 안전보장 이슈를 검토할 수 있다’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재완화 요구가 먹혀들지 않자 이후 체제 안전보장을 앞세우며 대미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완전한 종료와 종전선언 등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가진 경제적 잠재력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러시아와 한국, 중국 사이에 있는 북한은 놀랍고도 큰 잠재력이 있으며, 북한 주민들도 놀라운 사람들이라는 기존 발언을 반복하며 “북한도 엄청난 무언가가 벌어지기를 원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해 “가장 믿을 수 없는 실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