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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리더 인터뷰]“도민들이 주인의식 갖고 자치력 키워가야 사회 혁신 가능”

입력 | 2019-09-16 03:00:00

윤난실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장



윤난실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장은 ‘혁신’과 ‘스마트’를 도정 핵심 키워드로 삼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초빙한 자치 전문가다. 책상보다는 현장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경남도 제공


“혁신은 도지사나 혁신단장이 하는 게 아닙니다. 필요를 느끼는 도민, 문제 해결 의사가 있는 주민이 바로 혁신의 주체입니다.”

윤난실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장(53)은 15일 “도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자치력을 키워가며 다양한 협업을 진행해야 우리 사회 곳곳에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남 담양에서 추석 명절을 보내고 서둘러 사무실로 돌아왔다. 코앞에 다가온 ‘2019 경남 사회혁신 주간 및 경남지역 혁신포럼’ 준비 때문.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23일 열린소통포럼, 25일 민관협치 우수사례 공유대회, 27일 경남지역혁신포럼으로 이어진다.

윤 단장은 “올 상반기 활동을 모아 경남의 거버넌스(협치) 상황이 어떤지를 점검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그는 남해군 상주면 ‘동고동락 협동조합’ 등 9건을 민관 협치(協治) 우수사례로 꼽았다. 동고동락은 특성화학교인 상주중(교장 여태전)과 학부모, 상주면이 힘을 모아 농수산물 판매 수익금으로 초등 방과 후 돌봄 교실을 운영하는 등 행복한 마을 공동체를 꾸리고 있다.

전남 강진 출신인 윤 단장은 본인과 남편, 부친과 숙부들 모두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다. 둘째 삼촌 윤한봉은 5·18민주화운동 ‘마지막 수배자’로 유명하다. 윤 단장은 광주교대 재학시절 군사교육을 반대하다 무기정학 처분을 받자 학교를 자퇴했다. 광주에서 20년 넘게 여성·노동운동과 진보정치를 했던 그는 지난해 11월 13일 낯설고 물선 경남으로 왔다. 김경수 도지사의 요청으로 사회혁신보좌관을 맡은 것. 올해 2월부터는 직원 22명의 태스크포스(TF) 성격인 혁신추진단을 이끌고 있다. 혁신 모델의 발굴, 가치부여와 양성, 확대와 전파가 주요 기능이다.

혁신단은 공공갈등 해소에도 개입한다. 최근엔 창녕 장마면에서 발생한 환경단체, 창녕군의 갈등 중재에 나섰다. 주민 안전 확보(제방 축조)와 생태계 보호(대봉늪 보전)의 양립을 찾아볼 생각. ‘공공갈등 예방 및 조정에 관한 조례’의 제정도 추진 중이다. 윤 단장은 설득과 조정력도 발군이지만 추진력 역시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객지에서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경남의 에너지를 봤다. 혁신에 대한 낯섦이 있었지만 ‘하고지비’들이 많아 멍석만 깔아주면 곧바로 춤을 춘다”고 전했다. 그는 “머지않아 역량 있는 분에게 자리를 넘겨야 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윤 단장은 탄탄한 이론 위에 사례 분석과 연구 결과를 곁들여 설명하는 것이 강점이다. 경남인재개발원과 대학, 시군 특강에서도 막힘이 없다. 광주광역시의원(비례), 광산구공익활동지원센터장, 광주시민정책연구소 이사장 경력은 큰 자산.

전국 첫 노동자 작업복 공동세탁소 설립, 공익활동 지원조례 제정, 청년플랫폼(청년온나) 구축 등을 주도한 그는 두 가지를 남은 과제로 꼽았다. 비정부(NGO) 비영리(NPO) 단체를 지원하는 공익활동지원센터 설립과 공공조달 혁신이다. 공익활동지원센터는 11월까지 수탁기관을 선정할 예정이다. 공공조달 혁신은 사회적 기업이나 장애인 기업의 제품, 지역 농산물 등을 활용해 소상공인을 살리고 지역순환경제를 구축하는 방향이다. 윤 단장은 “혁신 현장에 행정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 지원하되 간섭은 않는다는 ‘팔 길이 원칙’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남에서 부대끼고 가르치며 또 스스로를 키워가고 있다. 그에게 지인들이 붙여준 애칭은 ‘광주일란(光州一蘭)’. 그가 꿈꾸는 ‘건강한 협치’는 언제쯤 꽃필까.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