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우디, 예멘 후티반군 주장에도 이란 배후 의심 예멘이 아닌 이라크 남부서 드론 출격 가능성 커져 트럼프, 사우디 자위권 지지 선언…이란, 맞대응 천명
이란이 후원하는 예멘 후티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와 이란간 대립이 한층 격화될 조짐이다. 양국은 각각 수니파 이슬람과 시아파 이슬람 맹주를 자처하며 중동 각지에서 대리전을 벌여왔다.
1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지난 14일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 동부 담맘 부근 아브카이크 탈황 석유시설과 쿠라이스 유전은 사우디 석유산업은 물론 세계 원유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공격으로 언제 완전 재가동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후티반군은 공격 당일 알 마시라방송을 통해 “사우디의 불법 침략에 대응해 그들의 석유 시설 두 곳을 무인기 10대로 직접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사우디는 지난 2015년 시아파인 후티반군이 수니파인 정부군을 축출하고 수도 사나 등 예멘 북부 지방을 점령하자 연합군을 꾸려 예멘 내전에 뛰어들었다. 후티 반군은 사우디에 맞서 정유시설 등을 공격해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4일 트위터에 “이란은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 대해 전례 없는 공격을 감행했다”면서 “예멘이 그 공격을 했다는 증거는 없다. 우리는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이란의 공격을 공개적으로 그리고 분명하게 비난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이번 공격 수법이 과거 사례보다 진일보 됐다는 점을 들어 미국 정부가 후티반군의 소행이 아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 함께 진상조사에 착수한 사우디는 예멘이 아닌 이라크 쪽에서 공격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N도 후티반군이 배후를 자처하고 있지만 이를 입증할 어떠한 증거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티반군이 최근 공격 과정에서 ‘왕국 내부 협력을 받았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사우디 시아파 연계설도 언급했다. 아브카이크는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에서 시아파 인구가 많은 지역 중 한 곳이다.
CNN에 따르면 후티반군이 지난 2년간 사우디를 향해 드론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공격을 감행해왔지만 대부분 사우디 방공망에 의해 요격됐고 제한된 피해를 주는데 그쳤다. 후티반군 드론은 이란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대부분 최대 비행거리가 300㎞ 미만 단거리다.
이번 공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CNN에 “무인기 또는 미사일이 예멘에서 발사되지 않고 이라크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다른 중동 소식통은 CNN에 “아직 증거는 없지만 이라크 남부에서 출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시아파가 주류인 이라크 남부에는 친(親)이란 민병대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에서 해외 작전을 총괄하는 정예부대 쿠드스군도 주둔하고 있다. 올해초 사우디 북부 정수장에 대한 드론 공격이 이라크에서 시작됐다는 중동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CNN은 이번 공격이 어디서 시작됐든, 누가 공격을 감행했든 간에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배후가 밝혀지지 않은 잇딴 상선 공격, 이스라엘의 시아파 민병대 공습 등과 함께 중동 지역에서 위험이 격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는 17일 총선 재선거를 앞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보수층 결집을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 레바논에 위치한 친이란 민병대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다.
하지만 이란은 외무부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어 미국이 이번 공격의 배후로 자국을 지목한 것을 두고 “미국은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정책을 택했지만 실패했기 때문에 ‘최대 거짓말’ 정책으로 노선을 기울였다”고 부인했다. 미국과 사우디의 보복 공격시 강력한 맞대응도 예고했다.
후티반군은 WP에 자신들의 이번 공격의 배후라고 거듭 주장했지만 증거를 제시하라는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이라크 정부는 자국 영토가 사우디 공격에 이용된 적이 없다고 발표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