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0대 치료환자 10만명 육박… 6년새 2배 가까이 급격히 증가 대학들 상담사 늘렸지만 역부족, 학생 몰려 “두달 기다려라” 일쑤 예산-인력 확충 등 인프라 개선 절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김모 씨(25·여)는 지난주 교내 학생상담센터를 찾았다가 이런 답변을 들었다. 김 씨는 16일 “1학기에 취업하지 못해 우울하고 무기력했는데 개강하고 다시 증상이 나타나 상담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더니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며 “여름방학 때 신청한 학생들도 최근에야 상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하반기 공채시험을 준비하며 학점 스트레스를 견디고 있다.
청년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학업과 스펙 쌓기 스트레스 등을 호소하며 김 씨처럼 대학 상담센터를 찾는 대학생이 늘고 있다. 본보가 서울 시내 주요 대학 10곳에 문의해본 결과 그중 8곳은 2학기가 시작된 이후 최소 한 달 이상을 대기해야 상담교사를 만나볼 수 있을 정도로 밀려 있다.
사회에 대한 공포와 완벽주의 성격 때문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수도권 사립대생 윤모 씨(24)는 “교외 사설 상담센터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며 “내가 모자랐다고 생각되는 순간들이 머릿속에 떠올라 빨리 상담을 받고 싶은데 한 달째 대기 중”이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대학생 이모 씨(23)도 “학교 밖 상담기관은 믿을 만한 곳인지 판단할 정보가 부족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학생상담센터를 이용하고 싶은데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기관을 찾은 20대 우울증 환자는 9만8434명으로 2012년(5만2793명)보다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세대별 증가율도 20대가 86.5%로 다른 세대보다 훨씬 높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7월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8%로 역대 7월 중 1999년(11.5%) 이후 가장 높다.
상담센터를 찾는 대학생의 증가 속도에 비해 상담교사의 공급이 더디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상담센터 규모는 대개 전문상담사를 포함해 8∼15명 정도다. 장기간 대기 없이 센터를 운영하는 서울대는 20명 규모다. 상담심리사 자격증 등을 갖춘 상담교사는 대개 계약직으로 일한다. 보통 심리검사를 한 뒤 상담사가 주 1회 50분씩 10∼12회 차 상담한다.
서울 A대학 상담센터 관계자는 “상담사 인력을 예전보다 늘렸지만 센터를 찾는 학생들이 더 가파르게 증가해 기다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이 외부와 협업해 학생들의 심리 상황을 전문적으로 대처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요즘은 정신과 상담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지 않아 학생의 상담 욕구가 높다”며 “정신과 클리닉과 협업하는 등 시대 변화에 맞춰 상담센터를 확대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이화영 인턴기자 중앙대 사회복지·심리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