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윤 총장(왼쪽)과 당시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문병기 기자
지난해 초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윤 총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적폐 청산의 선두에서 서슬 퍼런 칼을 휘두르던 시점에도 검찰의 칼날이 언젠가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던 셈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두고 청와대 안팎에선 “드디어 윤석열의 냉장고가 열렸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6일 밤에 날아든 검찰의 조 장관 부인 기소 소식은 청와대에 작지 않은 충격파를 던졌다. 조 장관 임명에 자신만만하던 청와대 관계자들은 “검찰이 장관될 사람의 부인을 함부로 기소했겠느냐”며 조 장관 임명에 대한 문 대통령의 막판 고심의 이유로 검찰을 지목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조 장관이 임명된 9일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조국 후폭풍’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법무부 고위 간부가 윤 총장 등을 제외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해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한 질문에 11일 “여기는 법무부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임명하며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해 나가면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처럼 조국 후폭풍이 계속되는 것을 어떻게든 끊어내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수사는 수사, 개혁은 개혁’이라는 원칙이 유지되려면 최소한 조 장관이 직접 검찰 수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검찰의 수사를 받는 당사자가 검찰 개혁을 진두지휘하는 일은 선수가 심판을 겸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가족 수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조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 개혁 자체가 끊임없이 새로운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검찰 개혁이 나의 마지막 소명”이라던 조 장관이 검찰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무엇보다 ‘조국 딜레마’를 불러온 장본인이 바로 청와대다. 여권 내부에서 불거진 반대에도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임명한 직후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 개혁을 위해선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는, 적군도 아군도 없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통령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에게 성역 없는 수사를 당부한 문 대통령의 임명식 메시지 행간에는 ‘윤석열의 냉장고’를 감수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는 이미 임기 초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2017년 11월 전병헌 전 대통령정무수석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자 청와대는 본인의 부인에도 결국 사직서를 받았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조 장관이 민정수석을 지내던 시점이다.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 전 수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사건을 언급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며 “그래도 수석비서관 신분을 유지하며 수사를 받아선 안 된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기 전 그만뒀어야 했다”고 했다.
조 장관 관련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선 다시 한번 결단해야 할 시점이 찾아올 수 있다. 다가올 결단의 순간에도 “수사는 수사, 개혁은 개혁”이라며 ‘조국 딜레마’를 그대로 방치하면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청와대로 향할 수 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