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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택배함의 변화 – 주문부터 결제, 배송, 보관까지

입력 | 2019-09-17 17:21:00


배달의 시대다. 전통의 배달 음식 자장면부터 시작해 피자, 치킨 등 먹거리 따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치약, 칫솔, 옷 등 생필품부터 시작해 세탁기, 에어컨, 냉장고 등 전자제품까지 요즘 세상에 배달 안 되는게 어디 있냐는 말이 딱이다. 밤 11시 전에 주문한 양배추가 다음달 새벽 문 앞에 놓여 있는 세상이다.

주문도 어렵지 않다. 핸드폰 화면 몇 번만 누르면, 끝이다. 전화로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와 통화하며 집 주소를 알려줄 필요도 없다. 배달은 이제 우리들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파고 든, 일상이다. 혹자는 배달 시장을 말하며, '시간'을 배달한다고 말한다. 구매자가, 고객이 귀찮아 하는 '무언가'를 다른 사람이 대신해준다는 뜻이다. 맞다. 우리는 시간을 구매하는, 배달 대행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배달은 언택트(Un-tact)와 만나 다시 한번 변화하고 있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영단어 'contact'에 부정 접두사 'un'을 붙인 단어로 '접촉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불필요한 대면 소통이나 접촉을 줄이고, 스스로 모든 걸 혼자 해결하길 원하는 젊은 현대인이 원하는 문화다. 사람과 사람의 대면이 불편한 시대, 전화보다 문자나 메신저를 더 편하게 생각하는 현대인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스타벅스의 스마트오더, 앱을 통해 사전에 미리 주문할 수 있다


언택트 문화는 상품, 유통, 배송, 마케팅 등 산업 전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지역자치단체나 편의점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무인택배함이 택배기사와 수신인의 대면접촉을 줄이는 언택트 배송 사례로 주목받고 있으며, 점원을 대면하지 않는 키오스크 주문,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챗봇 상담, 무인점포 등이 언택트 서비스의 일종이다. 사물인터넷을 덧입은 무인 자판기도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식당과 카페, 은행, 공항 등 생활 전반에 '무인' 영향력은 계속 넓어지고 있다.

언택트, 배달의 시대에 발맞춰 새롭게 등장한 서비스가 있다. 무인택배함이다. 배달원과 고객이 서로 마주치지 않고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장점에 힘입어 무인택배함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설치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3년 10월 설립한 위키박스는 무인택배함에 조금 더 특별함을 더했다. IoT와 클라우드 시스템을 더해 주변 생활 편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생활서비스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위키박스의 농산물 보관 무인택배함


실제로 위키박스는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물품 찾기, 보관 등 배달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또한, 작년 하반기부터 세탁과 가방, 구두 수선 서비스를 신길동 삼성래미안 에스티움(1,730세대), 구로디지털단지 예성오피스텔(500세대), 일산 CJ홈타운 외 10개 빌라와 오피스텔(1,000세대), 판교테크노밸리 외 5개 빌딩 등 약 3,500세대를 대상으로 설치를 완료, 필드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이어서 위키박스는 전라남도 영암군청과 협력, 농산물 직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도심 아파트에서 산지 농산물을 직접 주문할 수 있는 농산물 주문 보관함을 출시했다. 생활 서비스를 확장,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목표에 정진한 결과다. 위키박스의 농산물 직거래 보관함은 기존 무인택배함에 대형 키오스크를 추가해 입주민이 산지 농산물을 직접 고르고 주문할 수 있으며, 농민들은 직접 재배한 제품을 등록하고 판매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역 농민들은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으며, 소비자는 농민들과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현재 농산물 직거래 보관함은 서울시가 스마트 아파트로 지정한 서초구 방배동 롯데캐슬 헤론 아파트에 설치되어 있으며, 위키박스는 서비스 개시 이후 주문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편의성을 더한 무인택배함은 업체와 정부, 지자체 등도 주목한다. 무인택배함을 설치하고 있는 편의점도 늘어나고 있으며, 아파트/오피스텔 건설 시 무인택배함 설치를 챙기는 경우도 많다. 어쩌면 일상 생활 속으로 들어온 언택트, 배달 대행의 종착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무인택배함으로 귀결될지도 모를 일이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