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M인베스터스 게리 위븐 前회장 기업들 기금 참여로 규모의 경제… 비용 줄이고 다양한 자산 분산투자 5년 수익률 호주 9% 한국 1.9%… 성과 나쁘면 합병 등 경쟁 시켜야
호주의 업종별 퇴직연금 기금 설립을 주도해 ‘호주 퇴직연금의 선구자’로 불리는 게리 위븐 전 IFM인베스터스 회장은 “퇴직연금은 최고의 투자 성과를 낸다는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파이낸스센터에서 만난 호주 자산운용사 IFM인베스터스 게리 위븐 전 회장은 “1980년대 초만 해도 호주는 공무원이나 극히 일부의 대기업 근로자만이 퇴직연금 혜택을 받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전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호주 퇴직연금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1980년대 중반 ACTU 부위원장으로 퇴직연금의 기초를 닦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가 ‘산업형 퇴직연금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다.
호주는 미국 캐나다 스위스 네덜란드 등과 함께 연금 선진국으로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호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퇴직연금 자산 비중은 136%로 네덜란드(167%)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6월 말 현재 호주 퇴직연금의 5년 연환산 기준 수익률은 9.0%로 우리나라의 1.88%(지난해 말 기준)를 크게 웃돈다.
산업형 기금은 금융기관이 설립한 소매형 기금이나 단일 대기업 근로자들을 위한 기업형 기금 등 다른 유형의 기금보다 더 뛰어난 투자 성과를 보이고 있다. 위븐 전 회장은 그 비결로 △최고의 투자 성과를 낸다는 단 하나의 목표에 집중 △금융기관 수수료 등 비용 절감 △동일 업종 내 여러 기업이 함께 기금 설립에 참여해 규모의 경제 확보 △비상장 자산이나 인프라 자산, 글로벌 자산 등 다양한 자산에 대한 분산 투자 등을 들었다.
그의 또 다른 업적은 1990년 자산운용사 IFM인베스터스 설립을 주도한 것. 그는 20년 가까이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이 회사를 인프라 투자에 강점을 가진 세계적인 운용사로 성장시켰다. 그는 “여러 산업형 기금을 한데 모아 운용하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산업형 기금 27곳으로부터 출자를 받아 IFM인베스터스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도 호주를 벤치마킹해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4월 기금형 제도 도입을 위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위븐 전 회장은 “우선 모든 근로자에게 퇴직연금을 확대해야 한다”고 전제한 후 “기금형은 도입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금은 합병 대상이 되도록 하는 등 기금 간 경쟁을 촉진해야 기금 설립의 당초 의도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