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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VR 유통 신사업-마케팅 첨병… 롯데百 “디지털 인재 모셔라”

입력 | 2019-09-18 03:00:00

하반기 공개채용 인원 70%… 디지털 직무담당으로 선발
현대百은 별도 IT법인 설립… 신세계도 이공계 출신 비율 확대




인문·상경계열 출신이 신입사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유통업계 채용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활용한 마케팅이 모객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면서 유통업체들이 이공계 출신 인재들을 적극 영입하기 시작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이달 6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하는 하반기 공개채용에서 전체 모집 인원의 70%를 디지털 직무 담당으로 뽑는다. 올해 상반기 디지털 직무 담당을 일부 채용했지만 소수 인원으로, 이번처럼 채용 인원 상당수를 디지털 관련 인력으로 충원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몇 년 전까지 채용 인력의 90% 이상이 상경·인문계 출신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유통 환경과 소비 패턴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첨단기술 활용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직군은 프로그램 운영 개발이 주 업무이기 때문에 큰 변수가 없는 한 이공계 출신 인력들이 채용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직무는 디지털 개발, 디지털 사업 기획, 빅데이터 분석 등 총 3개 파트로 구성됐다. 이번 채용 인원은 입사 후 디지털을 활용한 신규 시스템 개발 및 신사업 발굴 프로젝트를 담당한다.

특히 롯데는 디지털 부문 강화가 신동빈 회장의 주요 추진 사항인 만큼 전 계열사를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작업을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주요 과제로 ‘디지털 전환을 통한 비즈니스 혁신’을 언급했다. 신 회장은 “단순히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일부 활용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디지털 신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경영 프로세스에 적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기반으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공계 인력 충원을 통한 디지털 전문 인력 강화는 백화점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운영이 주력 사업이지만 체험 소비 확산, 이커머스 등 온라인 쇼핑 등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체질 변화에 나선 것이다. 올해 신규 출점 매장이 롯데 인천터미널점 1곳에 그치는 등 나빠지는 업황에 대한 위기의식도 반영됐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그룹 정보기술(IT) 사업부를 별도로 떼어내 IT 법인인 ‘현대IT&E(아이티앤이)’를 설립했다. 이공계 인력을 중심으로 총 3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 이 회사는 유통 관련 신기술 개발 및 운영, 디지털 서비스 제공 등 그룹의 IT 관련 신사업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신입사원 채용 시 이공계 관련 전공자 비율을 매년 확대하며 디지털 관련 업무를 강화하고 있다.

나연 롯데백화점 경영지원부문장은 “최근 유통업에서 디지털 기술 활용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디지털 관련 인재 채용을 확대하는 동시에 기존 직원을 대상으로 디지털 전문성 교육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