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우리나라 백색국가(수출 심사 우대국) 명단에서 빠지면서 전략물자를 수출해 온 국내 기업들도 난감해졌다. 정부는 전담심사자를 기업마다 배정해 신속한 수출 허가를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자율준수제도(CP)를 활용하면 지금처럼 수출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까다로워진 절차가 반가울 리 없다. CP 인증을 받은 기업 수가 적고 자격을 새로 얻기도 어렵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자율준수무역거래자(CP기업)는 총 156곳이다. 등급별로 보면 AAA등급 CP기업은 11개로 가장 적고 AA등급과 A등급 기업은 각각 92개, 53개로 집계됐다.
CP는 자율적으로 수출통제를 이행하는 기업에 대해 포괄허가 자격을 부여하는 등 수출심사 과정에서 혜택을 주는 제도다.
포괄수출허가는 사용자포괄수출허가와 품목포괄수출허가로 나눠진다. 여기서 사용자포괄수출허가는 AA등급 이상 CP기업만 사용할 수 있다. A등급 CP기업은 동일 구매자에게 2년간 3회 이상 반복 수입을 하거나 2년 이상 장기 계약을 맺어야 예외적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품목포괄수출허가 사용 자격은 AAA등급 CP기업으로 제한된다. 최종사용자가 국가이거나 정부 기관인 경우에만 AA등급 CP기업도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즉, 일정한 조건 없이 일본에 대한 포괄수출허가가 허용되는 기업은 AAA등급을 받은 11곳뿐이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CP기업이 되려면 영업 부문과 독립된 자율수출관리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여기서 법령상 수출 가능 여부를 자체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체계도 갖춰야 한다.
전략물자관리원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CP기업이 되기 위한 구색을 갖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송 변호사는 “CP기업에 포괄허가를 내주는 일본의 특별일반포괄허가 제도가 우리나라에는 없다”며 “AAA등급 기업만이 품목 포괄허가 신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일본 내 CP기업은 1500여 곳으로 추정된다. 일본의 경우 전략물자 수출관리를 위한 내부자율준수규정을 일본 경제산업성에 제출하면 심사를 통해 CP 인증을 받을 수 있다. CP 심사가 지정제로 운영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등록제로 운영된다.
이호현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일본과 우리나라는 CP기업 등록 절차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며 “AAA등급 기업이 늘어날 수 있도록 요건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