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의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두 사람은 이달 말 유엔 총회에도 참석할 계획이지만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첫 번째 이유는 1965년 한일조약 체제의 본질에 관계되는 문제다. 사실 1965년 한일조약 및 여러 협정 체결 당시 양국 정부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보류하고, 애매하게 처리하며, 강하게 밀어붙여 처리했다. 그 자체가 ‘타협의 산물’이었다.
그중 핵심은 한국 (강제)병합 조약을 포함한 옛 조약 및 협정의 합법성을 둘러싼 논쟁이다. 양국 정부는 그 조약과 협정을 ‘이미 무효’라고 표현했다.
현재 상태를 ‘체제 위기’라고 표현하는 두 번째 이유도 심각하다. 양국 정부가 일방적 국내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거의 할 수 없게 돼 버렸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7월 1일 발표한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 수정’이 국내 조치라며 외교 교섭을 거절하고 있다. 교섭할 수 없으면 해결할 수도 없다.
일본은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특정 품목 수출 관리를 포괄적 허가에서 개별적 허가로 바꿨다. 두 번째로 수출 관리상 카테고리를 수정했다. 우대 조치를 해주는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이에 대해 경제산업성은 ‘한일 간 신뢰관계가 현저하게 손상됐다’는 것과 ‘한국과 관련한 수출 관리를 둘러싸고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다’는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전자는 징용공(강제징용 노동자) 문제에 기인하는 ‘혼네(本音·진짜 의미)’이고 후자는 ‘다테마에(建前·공식 입장)’라고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그 후 아베 신조 총리는 ‘혼네’를 반복적으로 말했다. 참의원 선거 공시 전날인 7월 3일 “1965년 청구권협정에서 상호 청구권을 포기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우대 조치를 줄 수 없다”고 명언했다. 7월 22일에도 “최대 문제는 국가 간 약속을 지키느냐 아니냐는 것이다. 신뢰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타이밍은 외교적으로 볼 때 이해할 수 없다. 한국 측의 다음 사법 조치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중재위원회 설치 기한이 다가온 것도 아니었다. 참의원 선거에 이용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 결과 8월 22일 한국 정부는 결국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하고 다음 날 일본 측에 통보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에 일본 정부가 반응하지 않자 한국 측이 전선을 확대한 것이다. 역사 분쟁에서 시작한 한일 마찰은 무역, 안전보장 분야로 확대됐다.
하지만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는 ‘악수(惡手)’였다. 대일 외교 수단으로 삼고, 동시에 미국 개입에 기대를 걸었지만 결과적으로 한일 마찰을 확대하고 그 해결을 더욱 곤란하게 만들었다. 잇따른 ‘악수’로 한일관계는 막다른 골목에 들어와 버렸다.
향후 전망은 어떨까. 필자는 비관적이다. 최대 이유는 한일 쌍방이 조만간 총선거를 한다는 점이다. 한국 총선은 내년 4월로 정해졌지만 일본 중의원 해산은 아베 총리의 소관 사항이어서 올해 말, 내년 봄, 내년 여름 이후 등 3개 시점이 예상된다. 선거철이면 정치가는 뭐든지 이용한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