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거장’ 에르빈 올라프 개인전
사회적 금기-인간탐구 담은 작품들… 현대 네덜란드 대표작가로 발돋움

데이비드 호크니의 수영장 풍경에서 모티프를 따온 ‘아메리칸 드림―앨릭스와의 자화상’(왼쪽 사진). 셔츠를 입은 남성은 작가 에르빈 올라프 본인이다. 오른쪽 작품은 ‘은행, 상속자’. 공근혜갤러리 제공

작품은 영국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1972년 작품 ‘두 사람이 있는 수영장’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그러나 밝은 햇살이 비추는 경쾌하고 풍요로운 호크니의 미국과 올라프의 미국은 사뭇 다르다.
수영장 옆 잔디는 누렇게 말랐고, 먼 산에서도 나무는 찾아볼 수 없다. 촬영 당시 제작팀은 잔디에 녹색을 칠하려 했지만, 작가는 “완벽한 저택 속 시든 잔디가 가슴 아픈 무언가를 일으킨다”며 말렸다. 여기에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제목을 붙이자 간극은 더 커진다. 화려했던 그 시절 미국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지난해 네덜란드 국립 레익스 박물관은 그의 작품 500여 점을 컬렉션에 포함시켰다. 일부는 작가가 기증했는데, 유전 질환인 폐기종을 앓으면서 ‘60세까지밖에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환갑의 작가는 여전히 왕성한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레익스 박물관은 7월 3일부터 9월 22일까지 렘브란트, 요하네스 페르스프롱크, 얀 스테인 등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이끈 화가의 회화 작품과 올라프의 사진 작품을 나란히 전시하고 있다. 올라프의 스튜디오 매니저인 셜리 덴 하르토흐는 “네덜란드 거장의 계보에 오르게 된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10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공근혜갤러리에서 그의 ‘팜스프링스’ 시리즈를 직접 볼 수 있다. 화려했던 미국을 대표하는 지역인 팜스프링스가 이상 기후로 변화한 모습, 그 안에 여전히 존재하는 빈부 격차를 시적으로 포착한다. 창백한 얼굴로 사무용 의자에 앉아 있는 소년을 담은 작품 ‘은행, 상속자’는 지금의 미국을 대표하는 누군가를 연상케 만든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