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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맘껏 훈련”…보금자리 생긴 썰매 대표팀

입력 | 2019-09-18 13:06:00

진천선수촌 내 실내스타트 훈련 시설 마련




“마치 새 집을 계약한 것 같아요. 어제는 잠도 잘 못 잤습니다.”

한국 썰매 종목 선수들이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그동안 싶어도 연습 기회 조차 얻지 못했던 이들에게 실내스타트훈련장이라는 값진 선물이 찾아왔다.

18일 오전 언론에 첫 선을 보인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실내스타트훈련장은 충북 진천선수촌 다목적체육관에 자리했다.

한국 썰매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스켈레톤 황제’ 윤성빈이 썰매 최초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원윤종·전정린·서영우·김동현이 봅슬레이 4인승 은메달을 합작했다.

탄탄대로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는 평창을 비췄던 성화가 꺼짐과 동시에 산산조각났다. 영광의 발판이 됐던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가 운영 주체를 정하지 못해 폐쇄됐고 아이스스타트 훈련장도 자연스레 자취를 감췄다.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은 이날 실내스타트 훈련장 개장식을 겸해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성과를 내면 재정적으로 도움을 받을 줄 알았다. ‘이제는 배고픈 시절이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있는 시설마저 사라지더라”고 회상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 윤성빈의 그랜드 슬램 달성에 대해 “못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밝혔다.

훈련 시설 부재로 인한 경기력 하락으로 윤성빈의 세계선수권 우승 가능성을 낮게 점친 것이다. 이 감독은 “(세계선수권 우승은) 시험 공부를 하지 않고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셈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윤성빈은 세계선수권 3위로 그랜드 슬램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한국 썰매가 급격히 추락한 것은 아니었다. 스타트 훈련을 하지 못한 채 국제대회를 치르면서도 선수들은 수준급의 성적을 냈다. 윤성빈은 8차례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에서 모두 입상에 성공했다.

이들의 노력은 마침내 새 훈련장 건설로 이어졌다. 지난 3월 이 감독은 신치용 진천선수촌장에게 면담을 요청해 “반드시 훈련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감독의 설명에 공감한 신 총장은 대한체육회에 협조를 요청했고, 썰매 선수들은 남부럽지 않은 훈련장을 얻게 됐다.

스타트 훈련장은 총 거리 70m, 폭 77㎝로 구성됐다.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선수들이 양방향에서 훈련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시설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코스와 최대한 흡사하게 만들었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평지에서 오르막으로 향하고, 루지는 반대로 스타트를 진행한다. 과거 피니시 기록만 확인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구간 기록을 4등분으로 나뉘어 세세한 변화까지 잡아낼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됐다.

이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로 20년 동안 해외 다녔지만 이 정도로 좋은 연습장은 처음이다. 엎드려 절하고 싶을 정도로 감사한 마음”이라면서 “운동하는 선수들의 훈련장이 없다는 건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희망이 보인다. 꺼진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게 됐다”고 흡족해했다.

공개 훈련에 나선 선수들은 수차례 스타트를 반복하며 기록을 점검했다. 훈련 직후에는 모니터 앞에 삼삼오오 모여 세부 기록들을 확인하며 보완점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기도 했다.

원윤종은 “평창 훈련장의 미비했던 부분들이 다 채워진 실내 훈련장이 완공됐다. 굉장히 만족스럽다. 실내에서 쾌적하게 훈련한다는 점에서 감회가 새롭다. 기록 향상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강신성 회장은 “3개 종목이 한 트랙에서 훈련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시설”이라면서 “2022년 베이징 금메달로 다시 한 번 한국 썰매를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마워했다.

【진천=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