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그제 공천 물갈이를 우려하는 문자 메시지를 읽고 있는 사진이 언론에 포착됐다. 여기에 장관 겸직 의원들의 불출마 리스트까지 흘러나오자 이해찬 대표는 “중진 불출마를 권유한 적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친문 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이 최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천 물갈이에 시동을 건 분위기가 역력해 보인다. 이 불길은 조만간 야당에도 번져갈 것이다.
조국 사태는 민주당 지도부의 공천 전략에 엄중한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 조국 사태를 통해 진보 진영의 특권적 행태와 위선, 몰염치의 민낯이 드러났다. 특히 조 장관은 문재인 정권 주도 세력인 ‘386’그룹의 상징이어서 조국 사태는 386그룹 전체의 도덕성 문제로 번져갈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아직도 20년 전 민주화 투쟁 경력에만 머물러 있어 또 다른 기득권의 성채를 만들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진 의원들도 그동안 진보 진영의 기득권에만 안주해온 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할 때다. 민주당 지도부가 민심을 거스른 조국 사태를 계기로 진보 진영의 폐쇄적인 기득권 세력을 교체하는 공천 혁신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변화와 쇄신의 공천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보수 통합이라는 정치적 협상 과정을 앞두고 있는 데다 황교안 리더십이 아직 견고하지 못한 탓에 그 시점과 쇄신 폭을 가늠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지지층 결집과 함께 ‘여당이 싫지만 한국당에도 마음이 안 간다’는 30% 정도의 무당층을 흡수하지 않고서는 총선 승리를 기약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문재인 정부가 연이은 실정에도 마이 웨이를 하는 것은 야당의 무능 때문이라는 게 민심의 냉정한 평가다. 이번 기회에 한국당도 과감한 인적 쇄신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래가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