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용의자 찾았다]용의자 56세 이춘재는 경찰 작성 몽타주와 비슷한 외모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화성경찰서 강력반직원들이 시간이 흐른 뒤를 가정한 한 범인의 몽타주를 걸어놓고 수사업무를 하고있다. 동아일보DB·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는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인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이춘재로 확인됐다.
유전자(DNA) 대조 결과, 이춘재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9번째 범행 당시인 1990년 이춘재는 27세였지만 지금은 56세가 됐다.
이춘재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마지막 10번째 사건이 발생한 지 3년 만에 경기 화성시에서 90km 떨어져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거리인 충북 청주시에서 또 다른 살인 사건을 저질렀다.
당시 1, 2심 재판부는 “반인륜적 범죄로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면서 “범행이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이뤄진 점과 범행에 대해 뉘우침이 없는 점 등을 들어 도덕적으로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판단은 하급심과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인이 처제에게 수면제를 먹인 점으로 미뤄 계획적인 범행으로 인정했으나 살인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것으로 볼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1995년 1월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 이춘재는 4개월 뒤 파기환송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같은 해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공소시효가 완성된 2006년에도 교도소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춘재의 처제 살해 수법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여러모로 닮은 점이 있었다. 이춘재가 살해한 처제의 시신은 여성용 스타킹으로 묶여 싸여져 있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현장에도 스타킹이나 속옷 등 피해자의 옷가지가 여럿 발견됐다.
성폭행을 한 뒤 시신을 유기하는 범행 방식도 비슷했다. 이춘재는 처제를 살해한 후 시신을 집에서 약 800m 떨어진 창고에 은폐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때도 범행 현장 인근인 농수로나 축대, 야산 등 인근에 숨겨져 있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은 범행수법의 잔혹성과 시신을 은폐한 치밀함에 놀라 “범죄를 즐기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당시 이춘재는 잔인한 범행 수법과 경찰의 수사망을 비웃듯 살인을 반복했다. 대담한 행각으로 인해 전 사회가 악몽에 떨었으며 ‘비 오는 날 밤에 빨간 옷을 입은 여자가 살해된다’는 괴담을 낳기도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