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 따라간 검경수사권 조정 검찰 손보기 위한 공수처 설치, ‘검찰개혁’이라 말하지 말라 “참여정부에 복수하듯 노무현 수사” 이번엔 文정부가 검찰에 복수하나
김순덕 대기자
그런 조국이 바로 검찰개혁의 걸림돌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조국 사퇴”는 야당의 대정부 투쟁 구호가 됐다. 그가 물러나야 검찰개혁이 가능하다는 의미라면 위험하다. 이 정부가 ‘검찰개혁’이라고 이름 붙인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은 패스트트랙으로 통과되면 누구도 되돌리기 힘든 악법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검찰개혁 요구가 왜 나왔는지 돌아보면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조국 당시 민정수석도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제대로 사용했으면 최순실 게이트를 초기에 예방했을 것”이라고 했다. 모처럼 맞는 얘기였다.
검찰개혁이란 검찰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안 봐도 되게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처럼 군부독재를 거치며 검찰을 통치수단으로 이용했던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가 그렇게 개혁을 했다. 민주화 이후 검찰조직을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게 헌법상 제4의 독립기구로 만들고, 검찰총장은 상원의 승인을 받아 임명해(칠레는 대법원이 후보 지명) 정치적 중립성과 신뢰를 확보했다는 게 조희문 한국외국어대 교수의 연구결과다.
‘검찰도 행정부’라는 문 대통령은 인사권으로 검찰을 장악하고도 배고팠던 모양이다. 수사권을 지닌 막강 경찰, 검찰 잡는 공수처를 만들어 검찰과 경쟁시키겠다는 것은 국민을 위한 개혁이랄 수 없다. 조국이 2005년 “경찰 내부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에서 완전 해방된 채 수사종결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경찰국가화의 위험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쓴 논문과도 배치된다.
더 섬뜩한 것은 정부안대로 되면 공산당 독재국가 중국의 공안 같은 경찰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작년 2월 국회에서 “도대체 어디서 이런 안(법무·검찰개혁위안)이 나왔는지 알 수 없어 찾아보니 중국과 대단히 유사하다”고 경악을 했다. 수사의 주체 경찰이 인민민주주의 독재의 주요 도구로 쓰인다는 점에서 북한과도 흡사하다.
경찰은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까지 넘겨받아 비대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금도 정보경찰이 정책정보 수집이라는 명분으로 국민을 감시해 경실련과 민변, 참여연대조차 정보경찰 폐지를 요구하는 판에 경찰이 기소 여부까지 판단해 수사를 끝내게 한다는 건 법치국가 포기나 다름없다.
검찰개혁이 끔찍한 개악으로 변질된 이유는 문 대통령이 2011년 김인회 인하대 교수와 함께 쓴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찾을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을 손볼 데가 없으면 절대 안 된다며 공수처를 추진했다. 참여정부가 끝나자 검찰은 참여정부 당시의 검찰개혁에 대해 복수하듯 노 대통령 수사를 진행했다고 나온다. 노무현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검찰에 대해 이번엔 문재인 정부가 복수에 나선 셈이다.
조국은 이 정부의 수준이고, 민낯이며, 본질이다. 법무장관 자리에서 물러나야 마땅하지만 그가 사라진다고 해서 머리 셋 달린 히드라 같은 검경과 공수처를 허용해선 안 된다. 연동형 선거제에 혹해 문재인 정부의 한풀이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일부 야당은 국민에게 무슨 죄를 짓고 있는지 똑바로 알아야 한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