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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AI-클라우드 게임… 박정호, 脫통신 글로벌 행보

입력 | 2019-09-20 03:00:00

매달 한차례 이상 해외협력 잰걸음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이 올해 3월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의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신산업 협력을 논의했다. SK텔레콤 제공

“왜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느냐고 묻는다면, 우리가 만약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지역적으로는 의미 있는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56)은 최근 한 투자설명회에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밝혔다. “지금까지 이동전화의 시대로 20년을 왔지만, 이제 이동전화가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고도 덧붙였다.

19일 SK텔레콤 등에 따르면 클라우드와 게임, 모빌리티 등 신산업이 물밀 듯 들어오는 시장에서 통신사의 탈(脫) 통신은 미뤄도 되는 숙제가 아닌 숙명이 됐다. SK텔레콤 전체 연결 매출에서 이동전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감소세다. 이동전화 매출 비중은 지난해 약 59%에서 올해 2분기(4∼6월) 기준 약 55%까지 낮아졌다. 인터넷TV(IPTV), 커머스(11번가), 보안서비스(ADT캡스) 등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올 들어서는 한 달이 멀다 하고 통신, 소프트웨어, 미디어 글로벌 기업과 신산업 파트너십을 발표하고 있다.

박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기업 인수와 지분 투자, 합작회사 설립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글로벌 진출에 나섰다. 올해는 3월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에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5세대(5G) 통신,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분야에서 포괄적 협력을 약속한 것을 시작으로 9월 MS와의 클라우드 게임 공동사업 추진까지 이어왔다.

6월에는 글로벌 통신사 브랜드 4위인 도이치텔레콤 경영진을 한국으로 초대해 미팅을 갖고 도이치텔레콤 산하 전문 투자회사인 DTCP 펀드에 3000만 달러(약 359억 원) 투자를 약속했다. 서울에 DTCP 아시아 사무실을 열고 5G 신산업 기술 스타트업을 초기에 공동 발굴해 육성하기로 했다.

기존 정보기술(IT) 파트너와는 결이 다른 글로벌 미디어 회사들과도 적극적으로 손잡았다. 2월 글로벌 미디어그룹 컴캐스트와 e스포츠 공동 사업을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같은 달 미국 최대 지상파 방송사인 싱클레어와도 합작회사를 만들어 미국 전역 방송국에 5G 기반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이처럼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SK텔레콤이 국내 통신사 가운데 글로벌 진출에 성공한 첫 사례로 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간 통신업은 초기 인프라의 중요성과 정부 규제 등 특수성으로 해외 진출이 쉽지 않았다. 2010년 SK텔레콤이 베트남 통신시장에서 결국 철수하며 2003년부터 버텨온 현지 진출이 실패로 끝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다행인 것은 “지역 플레이어라도 돼야 한다”는 박 사장의 포부가 글로벌 통신사들에도 어느 정도 공감되는 전략 방향이라는 점이다. 6월 방한했던 팀 회트게스 도이치텔레콤 회장은 당시 본보와 인터뷰에서 “통신사는 아직도 대부분 내수 기업이거나 지역 기업이다. 결국 우리는 파트너십을 통해 국경을 넘어서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박 사장 취임 후 사업 포트폴리오가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을 늘려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