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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초만에 끝난 온라인 특판예금, 60대 가입자 0.1%뿐

입력 | 2019-09-20 03:00:00

[커버스토리]디지털 디바이드 따른 ‘新금융소외’




자동차부품업체에 다니다 은퇴한 이창호 씨(64)는 올 7월 ‘카카오뱅크의 금리 연 5%짜리 특별판매 정기예금이 온라인에서 판매 1초 만에 완판됐다’는 소식을 듣고 허탈해했다. 인터넷 뱅킹에 익숙지 않아 이런 상품이 나오는지조차 알지 못 했던 것이다. 이 씨는 “은퇴 후 소득이 줄어 원금이 보장되는 정기예금이라도 고금리로 골라 들어야 하는데, 이런 온라인 상품은 가입하기 어렵다”며 “금리가 높은 온라인 상품에 가입하려면 젊은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이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디지털 금융 거래가 보편화되면서 최근 늘고 있는 온라인 전용 ‘알짜 예·적금’에서 60대 이상 은퇴·노년층이 심각하게 소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은행들이 내놓는 온라인 전용 예·적금은 영업점에서 가입하는 오프라인 상품보다 금리가 높고 혜택이 좋은 편이다. 노년층이 인터넷을 잘 다루지 못해 생기는 ‘디지털 디바이드’가 쏠쏠한 재테크 기회를 박탈하는 ‘신(新)금융소외’를 낳고 있는 셈이다.

○ 1초 만에 마감된 카뱅 특판, 60대 가입자 0.1%


동아일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받은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은행권 온라인 전용 예·적금 가입자 중 60대 이상의 비중은 평균 3.3%에 불과했다. 전체 가입자 100명당 3명꼴밖에 안 되는 셈이다. 원래 노년층은 안정적이고 운용이 간편한 정기예금에 많이 가입하는 편이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2곳(카카오·케이뱅크)이 최근 2년간 판매한 비대면 전용 예·적금 중 각 은행이 대표상품으로 꼽은 11개를 분석한 결과다. 7월 말 기준 가입자 97만9903명이 그 대상이다. 분석 결과 가입자 중엔 30대가 38.3%로 가장 많았고 20대(25.0%), 40대(23.6%)가 뒤를 이었다.

특히 7월 연 5%의 고금리로 화제를 모았던 카카오뱅크 특별판매 정기예금 가입자는 60대 이상이 0.1%에 불과했다. 반면 30대(50.3%), 20대(39.3%)는 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노년층은 온라인 전용상품뿐만 아니라 금융서비스 곳곳에서 소외되고 있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최저 연 1%대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이 16일 출시되자 소비자들은 금리를 0.1%포인트 더 할인해주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온라인 신청에 몰렸다. 하지만 온라인 신청에 서툰 노년층 고객들은 금리 할인 혜택을 포기한 채 영업점으로 향해야 했다.

○ ‘알짜 금융상품’에서 노년 소외 더 심각해질 듯


노년층은 다른 사회 취약 계층보다 디지털 소외 문제가 더 심각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작년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접근성 및 활용 역량 등을 종합 분석한 디지털정보화 수준은 장·노년층이 63.1%였다. 장애인(74.6%), 저소득층(86.8%), 농어민(69.8%) 등 다른 계층에 비해 낮은 수치다.

노년층의 금융 소외는 은행권이 비대면 전용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온라인 전용으로 고금리 상품이 나오는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은행권 인력이 감소하는 추세라서 인건비를 절약해야 하고, 카카오뱅크와의 경쟁이 심해져 영업점 창구를 찾는 고객에게조차 온라인 전용상품으로 가입하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은 어떤 채널을 통해 상품에 가입하든 차별 없는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며 “은행이나 당국이 기본적인 금융서비스가 영업점에서도 제대로 제공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 당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년층 금융 교육에 주력할 방침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