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용의자 ‘이중 성향’
19일 오전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이 경기 수원시 경찰청사에서 33년 만에 유력한 용의자가 확인된 화성 연쇄살인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수원=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교도소 밖 소식에 관심 보여
처제 강간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춘재는 1995년부터 부산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규율을 위반하거나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이춘재는 수용자를 분류하는 4단계 등급 중 가장 높은 S1 등급을 받았다. 2009년과 2010년에는 공장작업 때 교도관을 보조해 다른 수형자들을 관리하는 ‘반장’을 맡을 정도로 교도소 내에서 신임을 얻었다.
2011년과 2012년엔 수감자 도자기 전시회에 직접 만든 도자기를 출품했고 수상 경력도 한 차례 있다. 가구제작 기능사 자격증도 땄다. 그의 어머니와 형이 1년에 두세 차례 면회를 왔고 어머니는 최근에도 면회를 다녀갔다고 한다.
○ 아내에게 재떨이 집어던지고 무차별 폭행
하지만 이춘재의 판결문엔 그의 흉악한 범죄행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춘재의 처제 강간살인 사건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한번 화가 나면 부모도 말리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동서가 있는 자리에서 아내에게 재떨이를 집어던지고 출혈이 있을 때까지 아내를 마구 때렸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재혼하지 못하게 하겠다며 문신을 새기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어린 아들을 방에 가두고 마구 폭행한 사실도 판결문에 나온다. 이춘재는 당시 집을 나간 아내가 전화를 걸어오자 “내가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라”며 처제를 상대로 한 범행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춘재는 실제로 20여 일 뒤 처제를 성폭행하고 둔기로 여러 차례 때려 무참히 살해했다. 이춘재는 경찰에 붙잡힌 뒤 면회를 온 어머니에게 “집 살림살이 중 태울 수 있는 것은 장판까지 모두 태워버려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처제의 평소 습관을 이용해 범행 계획을 세웠다는 경찰의 증언도 있다. 이춘재 처제 살인사건을 수사했던 한 형사는 “이춘재는 처제가 평소 마음에 들어 했던 토스트기를 가져가라고 하면서 집으로 유인했다”며 “처제가 평소 집에 오면 유리병에 든 델몬트 오렌지주스를 자주 마셨는데 이춘재는 이를 이용해 처제가 마실 오렌지주스에 미리 수면제를 넣었다”고 했다. 이춘재는 처제의 시신을 스타킹으로 묶고 비닐봉지에 싸서 베개 커버로 덮어놓았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현장에서도 양손이 스타킹에 묶인 피해자들의 시신이 발견됐다.
1988년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수배 전단.
청주=윤다빈 empty@donga.com·장기우 / 부산=강성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