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나눔 장터에서 교복을 고르고 있는 학부모와 학생들. 동아일보DB
강동웅 정책사회부 기자
“서울시가 100% 부담하는 전제다. 우리는 예산이 없다.”(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지난달 26일 열린 서울시의회 임시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무상교복 도입을 추진 중인 서울시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하지만 해당 정책을 시행할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혼란과 불신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무상교복은 지방자치단체가 중고교 1학년 신입생에게 무료로 교복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무상급식부터 시작된 보편적 복지정책의 하나다.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교육청이 예산을 내려 보내면 각 학교가 교복을 구매해 나눠주거나 나중에 교복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10월 조례를 제정해 올해부터 실시하는 등 전국적으로 10여 개 지자체가 시행 중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부터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을 확대 실시한다. 세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면 세입 증가폭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조 교육감은 “기본소득처럼 중고등학생에게 (교복비) 30만 원씩 주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해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혼란의 가장 큰 원인은 무상복지 정책이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정책은 한번 도입하면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도입 전에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 무상급식은 여러 해 논의 끝에 주민투표까지 실시했지만 아직도 반대 의견이 있다. 그래서 무상교복을 추진 중인 서울시의회는 물론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더욱 머리를 맞대야 한다.
조례안을 마련 중인 서울시의원은 11월 예정된 서울시의회 2차 정례회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시간이 많지 않지만 무상교복 논의를 위한 움직임은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의 실무협의는 한 차례도 없었다.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두 기관은 19일까지도 실무 논의 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계획을 세워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강동웅 정책사회부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