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아이한 카디르(한국이름 한준) 터키 출신 한국인 한국외대 국제개발학과 교수
이 유트브 채널 프로젝트는 ‘한국의 21세기 외교’라는 측면에서 세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 일방향적이 아닌 쌍방향적인 홍보를 통해 한국과 상대국 간 상호이해를 증진시키고 관계를 개선시키고 있으며, 결국 더 자연스럽게 세계에 한국을 알리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곳곳에 한국을 알리면서 한국에도 다른 나라와 글로벌 이슈 관련 정보를 소개하는 외교관들은 소위 말하는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남에게 진중하게 관심을 가지는 만큼 정중한 관심을 받는 법이므로. 물론 외교관의 주 과업은 한국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지만, 한국을 이기적이지 않고 ‘세계의 친구’인 나라로 만드는 일도 국익을 위하는 길이다.
셋째, 주이집트 대사관에서 21세기 외교가 바뀌는 추세를 잘 파악하고 흐름을 잘 탔다는 것이다. 세계화 및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21세기 네트워크 사회에서 외교는 국가 대 국가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옛날보다 권력을 더 많이 가지는 민간인들, 특히 여론 주도자들과의 관계가 중요해졌다. 특히 9·11테러 이후에 미국 국무부 및 서부 외교부들은 이것을 더 잘 알게 되고 공공외교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게 됐다. 21세기 외교의 이 추세를 대릴 코플랜드 전 캐나다 외교관은 ‘게릴라 외교’라 부른다. 그는 이제 외교가 대사관 내에서나 고급 호텔의 홀에서 외교관끼리 하는 비밀스러운 클럽 형식으로 이루어질 것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즉 민간들과 어울리면서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한다. 물론 전통적인 외교관 업무가 익숙한 만큼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어울리는 일이 외교관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코플랜드는 게릴라 외교관이 활동가이자 해석가, 연금술사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게릴라 외교관은 세상이 흘러가는 추세를 잘 파악하고 흐름을 잘 탄다. 어떨 때는 양복을 입고 국회에서 현지 정치인들을 만나고, 어떨 때는 수영복을 입고 젊은이들과 해수욕장에서 비치발리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근무한 외교관 중 눈에 띄는 대표적인 예는 전 주한 미국대사 마크 리퍼트다. 대사관 밖에서 해녀 체험을 포함해 다양하게 한국을 경험하는 모습이 언론에 많이 비쳤다. 한국 외교관을 예로 들면 최광진 주아르빌 영사가 매일매일 한국과 쿠르디스탄 관계를 개선하고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어떨 때는 한국 전통 탈을 쓰고 탈춤을 추고, 어떨 때는 사물놀이복을 입고 사물놀이 공연을 하고, 어떨 때는 쿠르드 전통 옷을 입고 자작시를 지어 쿠르드어로 낭송하는 모습이 쿠르디스탄 언론이나 SNS에 나온다. 현지 태권도 선수, 음악가, 방송인, 정치인 등과 관계를 형성하고자 노력하는 모습도 영사관 페이스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외교관이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익숙하지 않은 민간인들과 어울림으로써 현지인과 한국인이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은 이제 외교의 부수적인 행위가 아니라 기본 요소가 됐다. 한국 외교관들도 이것을 잘 파악하고 21세기에 맞는, 코플랜드가 말하는 게릴라 외교관이 되는 것이 보기에 좋다.
아이한 카디르 (한국이름 한준) 터키 출신 한국인·한국외대 국제개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