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퇴근 후 집에 들어갈 때마다 문 앞에 놓인 택배박스를 챙기는 일이 많다. 며칠 전 또는 전날 밤 아내가 핸드폰으로 주문한 제품들이다. 품목도 다양하다. 가을이 다가온다며 주문한 옷, 환절기 목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보조식품, 찬 바람이 안 나온다며 새로 주문한 헤어 드라이기 등… 어제는 고구마 한박스가 문 앞에 놓여 있었다.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다이어트를 위해 주문한 그녀의 일용한 양식이다.
요즘 아내는 퇴근 후 씻고 나와 몇 가지 의식을 행한다. 핸드폰으로 쿠팡, 티켓몬스터, 위메프 등 e커머스 앱을 들여다보고, TV 리모컨을 뺏어가 홈쇼핑 채널을 챙긴다. 가끔 PC 앞에 앉아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서 상품 검색도 이어간다. 그렇게 아내의 장바구니에 담긴 상품 중 일부는 언젠가 집 문 앞에 놓여 있으리라.
어김없이 문 앞에 놓여 있는 택배박스
O2O와 함께 찾아온 생활물류 서비스
쿠팡의 정규 배달기사 쿠팡맨, 출처: 쿠팡
기술의 발달과 함께 매우 빠른 속도로 소비패턴과 유통채널은 다양하게 늘어났으며, 산업간 경계가 무너진 신산업도 다수 등장했다. 이 같은 현상에 따라 최근 정부 역시 기존 수출입 제조업 지원 위주 산업정책 기조를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 산업 육성정책으로 전환하는 등 물류 산업에 새로운 발전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맞춤형 생활물류(택배, O2O 등)를 중심으로 신물류 서비스 수요는 급증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와 고용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택배 시장은 지난 2008년 2.4조 원에서 전자상거래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라 지난해 5.2조 원에 달할 만큼 성장했다. 또한, 서류 및 식음료 등 오토바이 이륜 배송 물류시장 역시 10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마켓컬리와 같은 스타트업은 전날 밤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배송하는 '새벽배송'을 선보이며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기도 했다. 2015년 100억 원 수준에 불과했던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18년 12월 기준 40배 성장한 4,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출처: 마켓컬리
생활물류의 시대다. 참고로 생활물류는 생활화물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거나 소비자로부터 회수되어 폐기될 때까지 이루어지는 운송∙보관 등과 이에 부가되어 가치를 창출하는 분류∙포장∙정보통신 등을 말한다. 이어서 생활화물은 별도의 가공(단순한 조립은 제외) 없이 일상적인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나 그 부분품 또는 부속품을 의미한다. 현재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생활물류 서비스로는 택배, 배달대행, 퀵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 무인택배함과 연결한 물류 서비스
출처: BGF리테일
GS25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배달업체 띵동과 협업해 1400여 개 매장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고, 최근에는 요기요, 우버이츠 등 배달대행 서비스 업체와 일부 매장에서 시범 운영하는 등 점차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외에 '미니스톱',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도 배달 서비스를 검토 중이다.
스토리박스 생활물류 서비스는 직접 대면할 필요가 없다, 출처: 스토리박스
나르고의 첫 생활물류 서비스는 세탁이다. 위키박스 무인택배함이 설치된 신길동 레미안, 구로 예성오피스텔, 당산쉐르빌, 정원쉐르빌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 및 구로 지역의 경우 전화와 앱 주문 등을 통해 세탁물 수거와 배송 서비스를 제공, 점차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도 나섰다. 지난 8월 2일 발의된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을 통해 택배·배달대행 서비스와 편의점·주유소·무인택배함 등 생활편의 시설을 연계하고, 유휴자원을 활용해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적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2019년 업무계획을 통해 생활물류서비스 발전을 위한 지원 법안을 만드는 중이며, 사업정비 방안과 육성·지원 방안을 함께 마련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아직 여러 이익단체의 의견을 조율 중이지만, 기존 규제와 정책 테두리 안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크다.
생활물류 서비스 시장은 스마트 물류 산업으로 발전 중이다.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유통 기업, DHL, CJ대한통운과 같은 전통 물류기업뿐만 아니라, 우버, 어머러, 메쉬코리아, 쿠팡 등 스타트업도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생활물류, 편의 서비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