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9.9/뉴스1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30%대 진입을 눈앞에 둘 정도로 추락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논란이 가져온 후폭풍이다. 이런 추세가 더 이어진다면 문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구상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느냐’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40%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직전 조사(2주 전)보다 3%p 하락한 것으로, 취임 후 최저치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3%로 4%p 많아졌다. 부정 평가 역시 취임 후 최고치다. 7%는 의견을 유보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역대 대통령의 집권 3년차 지지율과 비교하면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으나, ‘조국 정국’이 전개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5주째 하락세다.
실제 이날 한국갤럽 조사에서 부정 평가를 내린 응답자 중 가장 많은 29%가 그 이유로 ‘인사(人事) 문제’를 들었다. 조국 장관 임명이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이 54%, ‘적절하다’는 응답은 36%에 그쳤다.
특히 이날 나온 국정수행 지지율 40%는 문 대통령의 지난 대선 득표율인 41.1%를 하회하는 것이다. 곧바로 대입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문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던 유권자 중 지지를 철회한 사람이 그 반대인 경우보다 많다는 의미일 수 있다.
조 장관 임명 이후에도 검찰의 수사가 흔들림 없이 조 장관을 향해 직진하면서 지지층 사이에서도 동요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 장관에 대한 신임을 바탕으로, 최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권력기관 개혁 마무리를 위해 ‘조국 카드’를 고수했지만 그 결과가 생각보다 쓰라린 셈이다.
자칫 기대했던 검찰 개혁은 물론 다른 주요 국정과제들을 완수할 동력마저 타격을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 개혁만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다만 조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지 이제 열흘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것 외에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
문 대통령이 임명 당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밝힌 대로 의혹만 갖고 야권에서 요구하는 것처럼 그를 내칠 수는 없다.
앞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4월 취임 14일 만에 자진 사퇴한 전례가 있기도 하다.
김 전 원장은 정치자금 5000만원을 자신이 소속된 민주당 의원모임에 기부한 ‘셀프 기부’ 의혹에 대해 선관위가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결론을 내리자 사퇴했다.
하지만 만약 조 장관의 중대한 범법 사실이 확인되면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경우라도 문 대통령 지지율 회복에 도움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정권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해 온 조 장관의 퇴장은 ‘조기 레임덕’을 불러올 것이라는 섣부른 관측도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조 장관 바깥으로 눈을 돌려보면 북미 대화 재개나 그와 연계된 남북관계 개선 같은 외교 현안에서 뚜렷한 진전이 이뤄질 경우 지지율 반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한편으로 문 대통령이 최근 들어 정부의 개별 정책 사안에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질책성 언급을 자주 내놓는 것도 조 장관 사태를 거치며 우려되는 국정 운영동력 약화를 감안한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대해 “일희일비하고 있지 않지만 여론을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