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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청주서 무슨 일이…‘처제 살해사건’ 재구성

입력 | 2019-09-20 13:27:00




© News1


 화성연쇄살인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모씨(56)는 1993년 12월 가출한 부인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다”

그리고 다음해 1월15일 이씨의 처제 A씨(당시 20세)는 충북 청주의 한 철물점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큰형부 집에 갔던 처제 싸늘한 주검으로

1994년 1월13일 청주의 한 대학에서 근무하던 A씨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이삿짐을 정리하다 남은 토스트기와 돗자리를 받아가라”는 형부 이씨의 전화였다.

A씨는 그날 오후 5시40분쯤 이씨의 집에 들렀다. 평소와 같이 2살짜리 조카와 인사를 나누고 주스 한 잔을 마셨다.

약 2시간 뒤 A씨는 친구와의 약속을 위해 이씨의 집을 나서려 했다.

하지만 A씨는 친구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날 밤까지도 연락이 닿지 않았고 이씨는 장인과 함께 경찰에 가출신고를 했다.

그리고 하루 뒤 A씨는 이씨의 집 인근 철물점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반항흔 없는 시신과 무덤덤한 남성

A씨의 몸에서는 반항흔이 발견되지 않았다. 면식범이거나 약물에 의한 살인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A씨의 가족을 조사하던 경찰은 이상한 행동을 하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A씨의 큰 형부인 이씨였다.

무덤덤한 표정과는 반대로 떨고 있는 다리 그리고 달라지는 진술. 경찰들은 말 그대로 직감이 왔다.

이씨는 처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처제가 어떻게 죽게 됐는지 묻지도 않았다.

이틀간의 추궁 끝에 경찰은 이씨에게 자백을 받아냈다. 그리고 곧바로 구속영장을 신청해 이씨를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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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은 받았지만…증거는 없다

경찰은 고민에 빠졌다. 자백은 받아냈지만 직접적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씨의 집 주변을 수사하던 중 결정적인 제보를 듣게된다. ‘바가지로 물을 퍼내는 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곧바로 이씨의 집을 찾은 경찰은 화장실에서 혈흔을 찾는 루미놀 검사를 했다.

뒤처리가 깔끔했던(?) 탓인지 큰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때 한 형사의 눈에 들어온 작은 흔적.

세탁기를 받치고 있던 장판 조각에서 미세한 혈흔이 발견됐다. 또 화장실 손잡이를 감싸고 있던 천 커버에서도 혈흔이 나왔다.

그 혈흔은 처제의 것이었다.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자 경찰의 수사는 속도를 냈다.

◇13일 오후 이씨 집에서는 무슨 일이

이씨의 집에 들른 A씨는 주스를 마신 뒤 정신이 몽롱해짐을 느꼈다.

약속이 있었던 A씨는 집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이씨에게 가로막혔다.

A씨는 결국 이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정신을 차린 뒤 울고 있는 처제를 본 이씨는 이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웠다.

이씨는 집에 있던 둔기를 이용해 4차례 처제를 가격한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

옷가지를 이용해 A씨를 감싸고 베개 커버에 넣어 유모차를이용해 인근 철물점에 유기했다.

그리고 전화기 선을 뽑은 뒤 누군가 찾아와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수차례 나눠 구입한 수면제…계획 범죄?

이씨는 범행 전 약국 여러 곳을 돌며 수면제를 구입했다. A씨가 마실 주스에 미리 수면제를 넣어뒀다.

평소 조카를 보러와 주스를 마셨던 A씨의 행동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A씨를 살해한 뒤 꼼꼼하게 감싸 유기했다.

당시 이씨가 사용한 수면제는 양약이었다. 한약으로 된 수면제도 발견됐다.

이씨는 수면제를 구입하기 전 자신의 짐을 화성 태안으로 옮겨놓은 상태였다.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는 “이삿짐도 미리 옮겨 놓고 약국 여러 곳을 돌며 수면제를 구입한 점으로 봤을 때 계획 범죄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 ‘사형→무기징역’ 감형 왜?

당시 이씨는 계획된 범죄와 잔혹성이 인정돼 1·2심에서 모두 사형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의 원심판결 파기와 함께 파기환송심에서 최종 무기징역에 처해졌다.

대법원은 이씨가 A씨에게 수면제가 든 주스를 먹여 성폭행하려고 한 것은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라고 볼 수 있지만 살해까지는 미리 계획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무기징역 선고에도 불복한 이씨는 다시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다. 현재 부산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다.

이씨는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그의 DNA가 화성 연쇄살인사건 가운데 피해자 3명의 유류품에서 나온 DNA와 일치한다는 감정결과를 경찰에 통보하면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6년 동안 경기도 화성지역에서 10명의 부녀자가 살해당한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청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