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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외교라인 교체 후 첫 한일 국장급 협의…입장차만 재확인

입력 | 2019-09-20 21:38:00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이달 초 한반도 담당으로 새로 부임한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20일 오전 일본 도쿄 외무성에서 만나 강제징용 문제 등 현안에 대한 국장급 협의를 했지만 각자 기존 입장만 확인한 채 끝났다. 반면 양국 간 협의는 계속 이어나가기로 일치했다.

이날 협의는 오전 9시부터 2시간가량 진행됐고 이후 점심 식사에도 추가 논의가 이어졌다. 가장 쟁점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것으로, 김 국장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조속히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다키자키 국장은 “한국의 국제법 위반 상태를 정정하길 바란다”며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다키자키 국장은 최근 한국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국제 이슈로 부각한 후쿠시마(福島) 오염수 처리 문제에 대해 다키자키 국장은 “과학적이고 사실에 근거한 발언을 해달라”며 유감을 표명했고 지난 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에 대해서도 “당연히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외무성 간부가 밝혔다. 이 밖에 최근 한국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한 조치 및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 조례 제정 등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두 국장은 양국 간 의사소통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데에 일치했다. 특히 고위급 인사 간 교류 및 접촉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외무성의 고위 관계자는 “특정 고위 인사를 염두해둔 것은 아니지만 한일 문제 해결을 위한 물밑접촉이 계속 돼야 한다는 인식을 같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도시미쓰(茂木敏充) 신임 일본 외무상 간의 첫 회담을 두고 한일 간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우리 외교부는 브리핑을 통해 한일 외교장관회담에 대해 “(일정에 대해) 조율 중”이라고 밝힌 반면 모테기 외무상은 1시간 뒤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미국 러시아 이란 인도 등과 회담을 조정 중”이라고 한 뒤 한국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외무성의 한 간부 역시 “결정된 바 없다는 말 밖에 드릴 것이 없다”고 말해 일각에서는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놓고 일본 측이 한국과 기싸움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타나고 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