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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가족에 정착하지 못한 ‘新난민’들

입력 | 2019-09-21 03:00:00

◇가족 난민/야마다 마사히로 지음·니시야마 치나, 함인희 옮김/224쪽·1만5000원·그린비




물밑에서 일어나는 사회 현상에 이름 붙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 일본 사회학자인 저자는 ‘패러사이트 싱글’(대학 졸업 뒤에도 부모와 동거하는 미혼자), ‘곤카쓰’(婚活·결혼을 위해 해야 하는 적극적인 활동) 등의 용어를 제시했다. 이런 ‘이름 짓기’는 낡은 관념을 뒤로하고, 사회 변화를 간편하게 각인시켜 사람들의 구체적 행동을 이끌어 낸다.

이번엔 ‘가족 난민’이다. 인간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가족을 포함한 소중한 존재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을 그는 난민으로 규정한다. 여전히 사회는 부모와 자녀라는 표준 가족의 형태가 정상이라 믿지만, 이미 그런 가족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시대. 표준 가족이 아닌 대안적 형태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방식을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생애미혼율’(50세까지 한 번도 결혼한 적 없는 사람의 비율)이 증가하는 일본은 2040년 연간 20만 명이 고립사할 거란 추정도 나온다. “누구나 정규직이 되어 표준 가족을 이룰 수 있는 시대로 돌아간다는 건 환상”이라는 진단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낡은 틀 때문에 가족 난민이 더욱 늘어나기 전에 한층 다양한 가족의 개념을 인정해야 한다고 그는 경고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