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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정갈한 언어에 담은 문학과 사유의 기록

입력 | 2019-09-21 03:00:00

◇단정한 기억/유성호 지음/292쪽·1만4000원·교유서가




문학 중에서도 정수로 꼽히는 시를 읽고 해설하는 평론가가 쓴 자전적 산문은 어떤 모습일까. 문학평론가이자 한양대 국문과 교수로 있는 유성호 교수가 펴낸 첫 에세이다. 하계 백일장에서 차상을 받아 뛸 듯이 기뻐한 유년 시절이나 기억의 고고학자가 되겠노라 근대 문학의 정전을 파헤치던 진지한 문청 시절을 엿볼 수 있는 자전적 이야기들이 정갈한 언어에 담겼다. 청춘과 고전, 말, 스승 등 일상 소재들이 오랜 기간 책을 벗 삼은 저자가 품은 다양한 문학작품들과 연결돼 읽고 곱씹는 맛을 전한다. 일상의 소재뿐 아니라 문학과 예술, 영화와 관련한 에세이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 사유의 기록도 더했다.

뭣보다 서정주, 마광수, 기형도 등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여러 문인의 삶과 작품을 아우른 글들이 눈길을 끈다. 김영랑의 시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모어(母語)가 지닌 황홀경이, 나혜석의 인생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능동적이며 성숙한 사랑이 품은 비극이 저자의 단정한 언어로 재탄생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