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 ‘September’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가식을 던져버리고 진정한 사랑을 느끼며 영혼의 울림에 따라 노래했던 9월 21일의 밤을 기억하느냐는 상투적인 노랫말은 매력적이고 정확하게 부점(附點)을 살리는 탁월한 연주의 축복 때문에 별로 흠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곧 필립 베일리의 천사 같은 고음의 가성이 나오니까요. 가사는 “바디야, 어쩌고저쩌고”인데 아무런 뜻도 없는, 그냥 리듬을 타는 지껄임이죠.
이 노래는 분명한 의도와 계획을 세우고 만들어진 ‘스튜디오 노래’, 여러 조각을 모아 짜깁기한 노래입니다. 노래를 만드는 데 한 달이 걸렸다고 하죠. 따로 있던 존재들이 서로에게 잘 어울리는 짝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뜻 없는 “바디야”를 의미가 있는 가사로 대체하려 했지만, 그 리듬을 살릴 수 있는 가사를 찾을 수 없었답니다. ‘21일’도 그냥 리듬에 가장 잘 맞아서 21일이 됐던 것처럼 말이죠. 제 아이들도 영화 ‘언터처블’ 때문에 이 노래를 알게 됐는데 기억나는 부분을 물어보니 “바디야, 어쩌고저쩌고∼!”라고 하더군요.
인간의 행복은 결국 감정의 경험으로 얻어지고 그 경험 대부분은 관계에서 옵니다. 부부의 사랑도 긴 시간을 거치며 우정과 닮아가죠. 삶의 가을이 될수록 친구가 필요하지만 찾기는 더 힘들어집니다. 결국, 친구는 나의 작품이죠. 그리고 친구로 인해 세상이 아름답고 살 만해지는 것이죠. 사실 절친한 친구를 지켜주지 못했던 저로서는 이 부분에서 말할 자격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