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아트센터 스튜디오에서 연습에 열중하는 스완스발레단 단원들. 일반인들로 구성된 이 발레단은 주 2, 3회 연습하고 연간 5회 이상 공연한다. 올해 말에는 전막 발레 ‘지젤’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스완스발레단은 2017년 창단한 아마추어발레단이다. 오디션을 거친 30여 명으로 구성됐다. 21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생활예술 춤 축제 ‘위댄스 페스티벌’에 올릴 공연을 앞두고 맹연습 중이었다. 연말에는 아마추어발레단 최초로 전막 발레 ‘지젤’을 무대에 올릴 계획도 갖고 있다. 단원 이유진 씨(23)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연습해야 하는 강행군”이라며 “무대에 올랐을 때의 성취감이 크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취미발레에 입문한 지 3년째라는 그는 “발레를 할 때면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몰입할 수 있어 이 시간이 소중하다”며 활짝 웃었다.
취미발레의 시대다. 유치원 아이들의 방과 후 발레수업이 아니다. 레오타드와 발레슈즈를 챙겨 발레학원으로 향하는 성인들 얘기다. 윤지영 씨(47)는 아이들을 발레학원에 보내다가 문뜩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에 발레를 시작했다. 취미발레 8년 차인 그는 “발레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등장할 때의 걸음걸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한다. 화려한 기술보다 기초를 몸에 배도록 하는 게 더 어렵다는 뜻이다. 그는 “취미발레로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게 된 일이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신체에 대해 관심을 갖고 건강하게 몸을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안목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윤 씨는 카카오 브런치에 발레 이야기를 연재하다가 단행본 ‘어쩌다 마주친 발레’를 출간했고, 국내외 유명 무용수와의 오픈 클래스, 워크숍, 캠프 등 발레 이벤트 기획에도 나섰다. 그는 현재 해외에 진출한 발레 무용수들을 위주로 하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프로덕션 ‘플로어웍스’의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취미발레가 삶의 방향마저 바꾼 셈이다.
취미발레 인구가 급증하면서 위댄스 페스티벌 등 아마추어 무용수들이 공연을 펼칠 수 있는 축제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폐막한 제3회 발레메이트 페스티벌에는 1회 때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17개 팀이 참가해 기량을 뽐냈다. ‘국민무용콩쿨’, ‘발레메이트그랑프리’ 등 아마추어 무용수를 대상으로 한 콩쿠르도 활성화되고 있다.
취미발레의 매력은 뭘까. 에세이 ‘발레가 내 삶도 한 뼘 키워줄까요?’를 출간한 곽수혜 씨는 “발레는 오랜 시간 걸려 조금씩 완성하는 예술인 데다 어느 정도 몸이 굳은 성인은 단시간에 빠른 성취를 이루기 어렵기에 요즘처럼 속도와 효율을 중요하게 여기는 풍조와는 상반된다”면서 “오히려 이런 점에 현대인들이 끌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지영 플로어웍스 대표는 “유연성이 떨어져서 발레를 할 수 없다는 것은 편견이고 중요한 것은 기초체력과 근력”이라면서 “취미발레의 최대의 적은 ‘부상’인 만큼 프로 무용수의 동작을 과도하게 따라 하기보다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운다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은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