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문준호 “이젠 4부리그 선수, 그러나 축구가 즐겁다”

입력 | 2019-09-21 03:00:00

K3리그서 희망가 부르는 화성 문준호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긴 자가 강하다. 18일 열린 축구협회(FA)컵 4강전에서는 K리그1(1부 리그) 명문 수원이 아니라 K3리그(4부 리그) 화성FC가 ‘강자’였다. 이날 화성은 수원에 1-0으로 이겼다. 경기 내용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K3리그 팀이 FA컵 4강에 오른 것도, 4강에서 이긴 것도 처음이다. 이 ‘반란’을 수원에서 버림 받은 화성 문준호(26·사진)가 주도했다. 그는 하부리그로 밀렸지만 꿈을 잃지 않고 희망을 차고 있다.

“도전자 입장이었기에 부담은 없는 경기였어요. 하지만 절대로 질 생각은 없었습니다.”

결승골을 넣은 문준호는 경기 당일 자신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가 “해 보자”는 각오로 뭉쳐 있었다고 말했다. 문준호는 번개 같은 2 대 1 패스에 이은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결승골을 낚았다. 문준호는 “수도 없이 했던 전술훈련 중 한 장면”이라고 말했다. “김학철 감독님과 수원의 약점을 분석하고 그 약점을 공략할 수 있는 움직임을 수도 없이 연습했어요. 그날 골과 승리는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골은 문준호에게는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용인대 시절 유니버시아드대회 국가대표로까지 선발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던 그는 2016년 수원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문준호는 그로부터 2년간 프로의 그라운드를 밟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제 장점은 공격이라고 생각했고 대학 때는 그걸로 인정도 받았는데, 수원에서는 수비적인 플레이를 계속 주문 받았어요. 결국 이도 저도 안 되는 상황이 반복되더라고요.”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문준호는 지난해 K리그2 팀인 안양으로 임대됐다. 시즌이 끝나며 임대도 풀렸지만 수원도, 문준호도 원대복귀를 원하지 않는 상황. 결국 합의하에 계약은 해지됐다. ‘짧지만 깊은 방황’이 시작된 시기였다. 문준호는 그라운드를 떠날까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렇게 흔들릴 때 잡아준 건 축구와 전혀 상관없는 친한 형이었어요. ‘화려하지 않더라도 축구를 하는 게 네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 아니겠느냐’는 조언이 가슴에 와 닿았어요.”

용기를 내 새로운 팀을 찾던 문준호는 올해 초 화성에 입단했다. 그는 “‘화성에 가게 됐다’고 수원과 안양에서 친하게 지내던 선수들에게 전화를 했더니 ‘K3니까 너는 잘할 거다’는 말을 하더라”며 “하지만 직접 뛰어보니 이곳만큼 간절하게 열심히 뛰는 리그가 없더라”고 말했다.

문준호는 팀에 녹아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토록 좋아하는 축구를 즐기면서 하자’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학철 감독도 그의 장점과 단점을 잘 알고 있었다.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식으로 문준호를 단련시켰다. 18일 경기도 그랬다. 김 감독은 수세적으로 경기 하면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선수들에게 최대한 공격적인 플레이를 주문했다. 그리고 문준호는 이 같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FA컵 4강은 홈 앤드 어웨이로 열리기 때문에 결승에 오르려면 다음 달 2일 수원과 한 경기를 더 치러 이겨야 한다.

“우선 지금 뛰는 FA컵에서 반드시 우승하고, 경기도 대표로 출전하는 10월 전국체전에서도 우승하고 싶어요. 리그 우승까지 ‘3관왕’이 목표입니다.”

문준호는 잠시 생각하더니 “인생 목표랄 건 아니지만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고 말했다.

“우리 팀 화성과 K3리그 모두 즐겁게 열심히 재미있게 경기하려고 노력합니다. 팬들이 더 많이 보러 와서 응원해 주도록 만드는 게 또 하나의 제 목표입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