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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 이란 이긴다” 트럼프, 아랍판 나토 ‘MESA’ 추진

입력 | 2019-09-21 03:00:00

사우디 “카타르와는 좀”… 오만 “우린 중립”… 이해관계 복잡 ‘산 넘어 산’
천문학적 운영비 논의도 못 해… ‘아랍 연합군’ 실전 경험도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아랍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 불리는 ‘중동전략동맹(MESA·Middle East Strategic Alliance)’ 창설을 중동 핵심 외교안보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MESA는 아랍 연합군으로 반미 국가 이란을 제어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아랍 전문 싱크탱크 아랍센터,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을 필두로 요르단 등 친미 성향 수니파 아랍국까지 포함시켜 MESA를 구성하려 한다.

미국이 MESA를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개별 아랍국 군대가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한 이란의 우수한 군사력에 맞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론이 있다. 또 비용 문제로 해외 주둔 미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할 때 미국이 과거처럼 중동 분쟁에 적극 개입하기가 어려워졌다.

MESA가 출범하면 미 첨단 전투기들을 꾸준히 구입해온 수니파 아랍국의 특성상 공군력에서는 이란을 앞설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후 40년간 서방의 경제 제재를 겪어 해외 신무기 도입에 한계가 많았다.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같은 수니파 국가라 해도 주요국 간 갈등이 상당하다. 사우디, UAE, 바레인은 2017년 이란과 부쩍 밀착한다는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했다. 카타르와 이란은 아라비아해에서 천연가스 유전을 공유하는 처지다. 예멘 내전에서 각각 정부군과 남부 분리주의파를 지원해온 사우디와 UAE의 갈등도 최근 부쩍 심해졌다. 쿠웨이트와 오만 등도 특정 세력에 가담하기보다 중립 노선을 걷겠다는 분위기다.

카타르 아랍조사정책연구원의 마르완 카발란 정책분석본부장은 알자지라 기고를 통해 “집단 안보체제에는 ‘한 국가를 위해 모두가 희생할 수 있다’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현재 MESA 참여를 논의하는 나라들은 이런 원칙을 전혀 공유하고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MESA 참여가 거론되는 나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지니고 있다. 이마드 하브 아랍센터 연구본부장은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다가도 갑자기 트위터로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고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뢰가 떨어졌다”고 꼬집었다.

천문학적 돈이 필요한 출범 및 운영비 논의는 아직 시작조자 못 했다. 다만 14일 사우디 석유시설 피습 이후 압델아지즈 알루와이셰그 GCC 사무차장은 “MESA 창설을 서둘러야 한다”는 글을 사우디 영문매체 아랍뉴스에 기고했다. 이란의 안보 위협이 커진 만큼 수니파 중동국이 설립에 박차를 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천신만고 끝에 MESA가 탄생한다고 해도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을 필두로 다양한 실전을 겪어온 이란에 비해 수니파 연합국의 실전 경험은 현격히 부족한 편이다. 또 이란 정규군과 혁명수비대는 투철한 애국심과 풍부한 실전 경험으로 무장했지만 수니파 중동국 군대는 용병이 대부분이라 기세 싸움에서부터 밀린다는 지적도 있다. 아무리 돈과 신무기로 무장한다고 해도 이 차이를 쉽게 좁히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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