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수 대표가 19일 서울 방배동 사무실에서 2015년 보스턴마라톤 완주증 및 메달이 든 액자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40대 초반에 사업을 시작해 몸을 함부로 놀리다보니 50세 넘어 건강이 아주 나빠졌다.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고혈압, 콜레스테롤, 고지혈, 당, 요산 등 모든 수치에서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 주치의가 조금만 더 벗어나면 해당병과 관련해 각종 약을 다 먹어야 한다며 운동을 권했다.”
처음엔 등산과 달리기를 병행했다. 각종 마라톤대회 10km와 하프코스를 달렸다. 체중이 4~5kg 빠지며 몸이 달라졌다. 온갖 성인병 수치들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2013년 마라톤 인생에 대 전환기가 찾아왔다. 그해 1월 환갑을 맞아 가족들이 모아 준 500만 원의 사용을 놓고 고민하다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왕 기부하는 김에 어떻게 하면 더 의미 있게 쓸 수 있을 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지인이 ‘환갑 기념으로 2014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특별한 기부행사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고 ‘매칭 펀드’로 불우이웃돕기에 나선 게 ‘변화’의 계기가 됐다. 매칭 펀드는 후원자들이 낸 만큼 기획자도 돈을 내는 방식이다.
“처음엔 환갑을 남과 달리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판이 커졌다. 지인들에게 1만 원씩 후원해주면 나도 그에 맞게 돈을 내서 불우한 사람들을 돕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그해 지인들이 826만 원을 모아줬다.”
주위의 불우한 이웃을 돕는다는 의미가 담기자 동아마라톤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나를 위해 돈을 내준 지인들에게 보답하는 것은 내가 착실하게 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체계적으로 운동하기 위해 2013년 말 방선희아카데미를 찾았다.”
2014년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모습. 사진 조남수 대표 제공
2015년 보스턴마라톤 완주 모습.
“보스턴마라톤에 가면서 함께 참가한 사람들이 뉴욕 베를린 등도 달려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내친김에 6대 마라톤을 다 달리자고 마음먹었다.”
2016년 도쿄마라톤 모습.
2016년 베를린마라톤 모습.
2017년 런던마라톤 모습.
“동아마라톤이 내 인생을 바꾼 것이다. 동아마라톤에서 좋은 기록을 세우면서 보스턴마라톤 욕심이 났고 결국 세계 6대 마라톤을 완주할 목표가 생겼다. 그리고 동아마라톤 때 기부 행사를 실시하면서 향후에도 계속 기부를 이어갈 목표도 가지게 됐다.”
조 대표는 2014년 동아마라톤 때 한 수녀회에 기부한 것을 계기로 매월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
2017년 시카고마라톤 모습.
조 대표에게 이젠 달리기가 삶의 중요한 의미가 됐다.
“몸이 즐거워야 마음도 즐겁다. 정신도 건강해진다. 심신이 즐거워지니 생활 자체가 즐겁다. 달리기를 통해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었다. 사업하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 이 좋은 것을 왜 그만 두어야 하느냐. 움직일 수 있으면 달릴 것이다.”
2018년 뉴욕마라톤 모습.
“관절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1년에 한번씩 정형외과 진료도 받는다. 달리는의사들 소속으로 마라톤 마니아인 김학윤 원장이 운영하는 김학윤정형외과에서 받는다. 김 원장은 늘 ‘자기가 가진 근력의 70%로만 뛰어라. 그럼 절대 부상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 큰 부상 없이 잘 달리고 있다.”
2019년 아이슬란드마라톤 모습.
“젊은 친구들에게도 얘기한다. 60세 넘어서는 서울 강남에 10층짜리 빌딩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마라톤으로 튼튼한 몸을 만드는 게 더 행복한 일이다. 몸이 망가지면 금은보화가 무슨 소용이냐고 말한다.”
조 대표는 8월 말 아이슬란드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고 왔다. 11월엔 그리스 아테네마라톤에 출전한다. 마라톤의 발상지인 아테네를 달리고 싶어서다. 그리곤 이젠 해외마라톤에는 가급적 출전하지 않을 생각이다.
“아테네까지 다녀오면 갈 곳은 다 갔다고 생각한다. 이젠 국내에서 1년에 2,3회 풀코스를 완주하며 즐겁게 달릴 계획이다.”
조 대표는 울트라마라톤 등 극한마라톤에는 도전하지 않을 생각이다.
“풀코스를 달리면 울트라마라톤, 트레일러닝 등으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나도 3년 전 100km 울트라마라톤에 도전하려고 훈련했는데 부상으로 포기했다. 역시 무리하면 탈이 나는 법이다. 그 이후 풀코스보다 긴 거기를 뛰는 대회는 참하가지 않고 있다. 즐겁게 재밌게 달려야 오래 달릴 수 있다. 가급적 오래 달리려면 내 몸을 잘 보존해야 한다.”
조 대표는 ‘100세 시대 100세까지 달리고 싶다’고 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