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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 한국… 측정 위성 없고 띄울 계획도 ‘0’

입력 | 2019-09-23 03:00:00

노르웨이서 탄소발생 분석 결과… 서울 ‘배출량 1위’로 잘못 측정
이산화탄소 측정 위성 없는 한국… 美 관측위성으로 측정해보니
미국-이란-중국 다음이 서울… 日-中-EU도 위성 띄우기 가세




이달 23일 미국 뉴욕에서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담이 열린다. 당초 이 모임은 ‘기후변화 정상회의’였는데, 올해는 이름을 바꿔 행동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18일 국내에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131명이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수들은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7위”라며 “유럽과 호주에서는 지방정부까지 나서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하는데 한국은 너무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비판의 목소리는 21일 국내 130여 개 환경단체가 주도한 ‘기후위기 비상행동’ 행사에서도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한국 정부와 산업계에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실제 국내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 도시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주변 지역보다 평균 최대 2ppm 높다. 이는 10km 상공까지의 평균값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원이 몰려 있는 지상에서는 도시가 주변 지역보다 최대 수십 ppm까지 높다.

도시의 온실가스, 특히 흡수와 배출이 복잡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직접 정확히 측정하는 나라나 도시는 세계적으로 몇 되지 않는다. 대부분 화석연료 사용량을 고려해 간접적인 방법으로 배출량을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검증할 직접 측정 데이터가 없다 보니 혼란도 크다. 실제 노르웨이 과학기술대 연구팀은 지난해 6월 “세계 189개국 1만3000개 도시의 탄소 발생량을 분석한 결과 배출량 세계 1위 도시가 서울로 나타났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세계적인 공업도시를 제치고 최악의 온실가스 배출 도시라는 불명예를 얻은 서울은 내심 발끈했다. 하지만 이를 반박할 근거가 부족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위성 데이터로 서울을 비롯해 세계 주요 도시의 실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측정했다. 왼쪽 사진은 미국의 온실가스 측정위성인 궤도탄소관측위성(OCO)-2의 모습. NASA 제공·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오해는 지난달 풀렸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학술지 ‘환경원격탐사’ 8월호에 세계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순수하게 도시 내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량을 측정해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를 보면 서울의 도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이란 테헤란, 미국 휴스턴, 중국 광저우의 뒤를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광저우가 속한 주장삼각주 지역에 밀집한 ‘세계의 공장’과 엇비슷한 수치지만 1위와는 분명 격차가 있었다.

정 교수는 이 연구 결과를 미국의 이산화탄소 농도 관측 위성인 궤도탄소관측위성-2(OCO-2)의 2014∼2018년 측정 데이터를 이용해 얻었다. 지상을 가로 2km, 세로 2km의 영역으로 촘촘히 나눈 뒤 빠르게 지나가면서 높이 10km까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한다. 정 교수는 “결국 직접 측정한 데이터만이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보를 줄 수 있다”며 “세계 7위권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국이 이산화탄소 정밀 측정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미국은 OCO-2 외에 미국 전역을 24시간 측정하는 정지궤도 탄소위성을 추가로 발사할 계획이다. 일본과 중국, 유럽연합(EU)도 전용 위성을 띄우며 대열에 가세했다. 모두 가로세로 1∼2km 지역을 10km 이상 높이까지 촘촘히 관측하는 정밀 측정 위성이다.

한국은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는 인공위성이 없고 앞으로 띄울 계획도 없다. 기후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이며 시급하지 않은 먼 미래의 일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개인이나 지역에서 노력해도 금세 해결되지 않는다는 비관도 나온다. 정 교수는 “모두 오해”라며 “실제로 연구해 보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곧바로 미세먼지가 늘어나는 등 실생활과도 관련이 깊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측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는 기후변화라는 괴물에 대항할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8년 10∼12월 서울의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국가기후관측소가 있는 안면도보다 평균 30ppm 높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토양이 내뿜는 자연적인 배출량과 1000만 인구의 호흡량 등이 섞여 있다.

정 교수는 “이런 사실을 데이터로 알면 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며 “30ppm을 줄이는 건 힘들지만 그중 일부를 줄이는 건 상대적으로 쉽다. 서울은 세계 다른 도시에 비해 유난히 녹지가 많아 녹지를 관리하는 방법으로 대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