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내일(한국 시간)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은 이달 말 재개될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협상 기류가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고 북한이 이를 오판할 가능성이 큰 중대한 고비에서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비핵화, 후보상’이 핵심인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 모델을 비판하면서 비핵화 협상의 ‘새로운 방법’을 언급하는 등 북한에 유화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방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북한이 요구해 온 점진적, 단계적인 비핵화 방식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주장해 온 ‘단계적 동시 이행’ 방식은 영변 핵시설 포기로 일부 대북제재를 풀고, 다음 단계로 한미 동맹 해체를 노리겠다는 전술이다.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핵 동결 수준에서 어정쩡한 봉합으로 마무리될 위험을 안고 있는 길이다.
재선운동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3년 동안 이 나라(미국)에서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은 내가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할 정도로 북-미 협상에서 가시적인 외교적 성과가 절실한 상태다. 오랜 인내가 요구되는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동결 수준의 가시적인 열매와 제재 해제를 맞바꾸려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미국 조야에서도 나오는 이유다.
단기간에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해도 최소한 완전한 비핵화의 전체적인 로드맵은 만들어내야 한다. 북-미가 이 전제를 빠뜨린다면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문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이 단기적 성과에 급급해 비핵화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을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은 북한의 섣부른 기대와 오판을 막을 확실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