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한 유명 여성병원에서 영양주사 처방을 받은 임신 6주의 임신부에게 낙태 수술을 하는 의료사고가 벌어졌다. 계류유산으로 임신중절 수술을 받아야 하는 다른 임신부와 착각했다는 것이다. 영양제 대신 수면마취제를 맞은 피해자는 깨어난 뒤 계속 하혈을 해 병원에 문의했지만, 담당의사가 퇴근해 다음 날 다시 찾아와 검사를 했고 그때서야 아기집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병원 측도 경찰 조사에서 의료사고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황당하기 그지없다. 간단한 건강검진도 맨 처음 하는 게 본인 확인이다. 수면내시경조차 본인 확인은 물론이고 각종 알레르기, 앓는 질환, 마취 거부 반응 유무 등을 묻고 동의서를 받는다. 마취제 투여 시 이름만 물었어도 환자가 다르다는 걸 모를 수가 없다. 수술의사가 환자의 진찰 차트만 봤어도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묻지도 않고 냅다 주삿바늘을 꽂고, 이후에는 누구 하나 차트 한번 보지 않고 컨베이어벨트 돌아가듯 일사천리로 수술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환자를 의료상품으로 보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올 3월 전국 의료기관에 환자안전경보를 발령했다. 황당한 의료사고가 2016∼2018년에만 333건에 달한 데 따른 것이다. 몸 안에 수술 도구 등 이물질을 놔둔 채 봉합한 사고가 48건, 다른 환자를 수술하거나 검사 및 수혈한 경우도 161건에 달했다. 수술 장비가 고장 난 줄 모르고 마취했다 수술을 연기하고, 유방암 검사에서 좌우를 잘못 기재한 경우도 있었다. 다행히 조직검사에서 확인돼 바로잡았지만 하마터면 엉뚱한 유방을 절제할 뻔한 일이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