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츠비카우 공장에서 처음 생산되는 폭스바겐 전기차 ‘ID.3’. 폭스바겐코리아 제공
김도형 산업1부 기자
하지만 자동차의 진가는 가격표와 나란히 놓였을 때 알 수 있기 마련이다. 이 차의 숨겨진 ‘발톱’은 기본 모델을 3만 유로 밑에서 시작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우리 돈으로는 3900만 원대. 보조금을 고려하면 비슷한 크기의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가격에 최신형 전기차를 팔겠다는 복안이다.
손해를 감수하고 팔겠다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명실 공히 세계 최대의 자동차 기업이 가진 셈법이 그리 단순할 리는 없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해 여러 차종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규모의 경제’ 그리고 생산 효율화를 염두에 둔 가격표다.
강력한 생산 효율화 드라이브는 필연적으로 고용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아주 오랫동안 파업이 없었다”며 협력적인 노사 관계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변화를 이끌겠다고 자신했다. 폭스바겐 측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근로자도 효율적인 전기차 생산을 위해 충실히 교육 받고 있다”고 전했다. 고용 안정과 수익성이라는 두 날개는 결코 서로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 최대 자동차 생산기지인 현대차 울산공장도 전기차 전용 라인 구축을 눈앞에 두고 있다. 노사는 새로운 라인의 자동화 수준과 인력 재배치 등을 논의해야 한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이미 ‘전기차로의 전환을 피할 수 없다’며 근로자들에게 현실을 알리는 노력을 해왔다. 대규모 고용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강성 노조’의 이례적인 행보에 공감하는 목소리와 함께 노조가 위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변화를 부정하면서 살아남는 기업은 없다.
산업의 틀을 흔드는 대변혁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최강국 독일을 대표하는 거대 기업마저도 회사가 끌고 노조가 호응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은 함께 생존하려면 협력 외에는 다른 길이 없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현대차의 근로자들이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좌고우면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김도형 산업1부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