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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쇄살인 10건중 유일한 목격자… 경찰, 당시 시외버스 안내양 찾아나서

입력 | 2019-09-23 03:00:00

1988년 7차사건 직후 버스에 태워 ‘악마의 초상화’ 몽타주 작성 도움
경찰 “몽타주, 이춘재와 똑같아”… 하승균 등 당시 수사팀 합류키로




경찰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이춘재(56)의 외모가 사건 당시 그려진 몽타주와 일치한다고 보고 몽타주 작성을 도왔던 ‘버스 안내양’을 찾아 나섰다. 이춘재가 3차례의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과거 용의자와 직접 마주쳤던 목격자가 등장할 경우 진실 규명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경찰은 기대하고 있다.

경찰은 1988년 9월 7일 7번째 범행 이후 목격자 두 명을 확보했다. 경기 화성시 발안읍에서 출발해 수원시 고등동으로 가는 시외버스의 운전사 A 씨와 안내양 B 씨였다. 이들은 사건 발생 직후인 오후 9시경 사건 장소로부터 4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농로에서 20대 남성을 차에 태웠다. 짧은 상고머리와 168cm 정도의 키, 날카로운 눈매, 오뚝한 코, 왼손 손목의 점(혹은 문신) 등 인상착의를 상세히 설명했다. 해당 남성이 버스 앞자리에 앉아 보닛에 발을 올렸다가 A 씨의 제지를 받았고, A 씨한테서 담뱃불까지 빌려 목격자들의 기억은 구체적이었다.

경찰은 7번째 피해자 안모 씨(당시 52세·여)의 시신이 발견된 농수로부터 해당 남성이 버스에 탄 지점까지 누군가 이슬을 머금은 풀밭을 헤치며 이동한 흔적이 있는 점, 버스에 탄 해당 남성의 신발과 바지 무릎 아랫부분이 젖어 있었다는 A 씨 등의 진술 등을 토대로 몽타주를 그려 50만 부를 배포했다. 당시 수사팀 핵심이었던 하승균 전 총경(73)의 표현을 따 ‘악마의 초상화’라고 불린 그 몽타주다.

경찰은 18일 부산교도소에서 무기 복역 중인 이춘재를 처음 찾았을 때 31년 전 몽타주와 똑같다고 봐도 될 만큼 흡사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화성 사건 10건 중 목격자가 확보된 것은 7차 사건이 유일하다. 더욱이 희생자 안 씨의 유류품에서 이춘재의 것과 일치하는 DNA가 확인된 만큼 A 씨와 B 씨가 진범을 봤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A 씨는 수년 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고 B 씨는 1994년 이후 경찰과 연락이 끊긴 상태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과거 사건 기록 등을 토대로 B 씨를 찾아낼 계획”이라며 “오래전 사건이라 B 씨가 놀랄 수도 있어 연락 방법, 시기 등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하 전 총경을 비롯해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올드보이’들을 외부 전문가 자문단으로 합류시켜 도움을 얻을 계획이다. 21일 오전 수사팀 관계자들은 경기남부경찰청에서 하 전 총경과 1시간가량 미팅을 했다. 하 전 총경은 “수사팀에 ‘내가 가서 (이춘재를) 한번 만나 보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화성 사건 공소시효 완성(만료) 3년 전이었던 2003년 화성경찰서 강력계 소속으로 당시 사건 기록을 다시 검토하고 수사했던 심동수 용인동부서 수사과장을 외부 자문으로 임명했다.

경찰은 이춘재로부터 자백을 이끌어내기 위해 모친 등 가족을 적절한 시점에 동행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춘재의 남동생과 아들은 이춘재를 간혹 면회하고 있으며 어머니는 보행기 없이는 거동이 힘들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김은지 eunji@donga.com·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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