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채용 관련 3개 규제 우려
“기업별로 기업 특성이나 채용 상황이 각기 다른데 정부가 기업들을 일괄적으로 통제, 규제하려는 것 같다.”
22일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미 시행 중인 ‘채용절차법’을 비롯해 정부가 추진 중인 ‘임금분포공시제’와 ‘임금조건 공개 의무화’에 대해 이같이 우려했다. 재계에서는 기업 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 세 가지 개선 방안에 대해 ‘임금 격차 해소나 공정한 채용이라는 정부의 취지는 존중하지만 현실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기업별 임금정보 공개, 새로운 갈등의 불씨”
기업들은 무엇보다 정부의 ‘임금 관련 정보공개’ 추진 방안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임금분포공시제와 임금조건 공개 의무화가 경직된 노동시장 등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사회정책본부장은 “기업의 기밀사항인 임금정보 및 전략이 세부적으로 공개되면 경영활동이 심각하게 제약될 수 있다”며 “경쟁 기업과의 임금 비교로 노사 갈등이 증폭되고 동일 사업장 내 근로자 간에도 임금 수준의 차이에 따라 노노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의무적으로 임금조건을 공개해야 한다는 연구용역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그대로 따를지는 정책적인 결정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재계의 우려와 달리 노동계는 정부의 추진 방향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은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인사에 관한 기업의 자율성은 인정하지만 시대정신에 맞게끔 채용 절차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선 임금분포공시제가 꼭 필요하다. 실효성 있는 임금 격차 해소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선 구체적인 기업명까지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고용 목표에 채용 가이드라인까지 정부가 간섭
올해 7월 17일부터 시행 중인 채용절차법은 ‘기업이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정보를 수집하면 안 된다’는 게 골자다. △용모 키 체중 등 신체적 요건 △출신 지역, 혼인 여부, 재산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의 학력 직업 재산 등을 요구하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체조건 등은 면접 과정에서 기업이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되는 정보인데 이를 사전에 요구하는 것을 국가가 나서서 금지해야 할 정도로 구직자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고용 인원을 기업이 아니라 정부가 강제하는 것도 문제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6월 금융권 일자리 창출 효과 측정 계획을 내놨다.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등 시중은행 8곳과 지방은행 6곳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얼마나 늘렸는지 수치화하겠다는 것이다. 규제 산업인 금융업에서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채용 규모까지 일일이 정부의 사전·사후 간섭을 받아야 한다”며 볼멘소리가 나온다.
은행들은 영업 형태가 영업창구 대신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비대면 위주로 변화되고 있어 예전처럼 대규모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 점포 수 축소로 인력 재조정이 필요한데도 은행은 되레 예년 수준의 신규 인력 채용 계획을 줄줄이 내놨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기존보다 더 많은 신규 인력을 채용할 것을 암묵적으로 주문했지만 현재 여건상 그 정도 인력을 뽑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허동준 hungry@donga.com·김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