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단계적 비핵화 검토 포괄적 합의뒤 단계 설정 가능성… 美, 제재완화 카드는 아껴둘 듯 뉴욕서 트럼프 만나는 文대통령… ‘연내 실질적 합의’ 강조 예상
빗속 출국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22일 미국 뉴욕으로 향한 문재인 대통령이 출국 직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대화를 나누며 비행기로 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취임 이후 9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왼쪽부터 노 비서실장, 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 김정숙 여사. 성남=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것은 빅딜을 앞세운 미국과 스몰딜을 고수한 북한이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새로운 방법(new method)을 강조하고 있고, 결국 이 방법은 북-미가 절충할 수 있는 단계적 비핵화 조치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22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은 그가 주장했던 ‘리비아식 모델’을 미국이 더 이상 고집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북핵 폐기와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빅딜’보다는 포괄적으로 비핵화에 합의한 뒤 여러 블록을 정하고, 각 블록의 목표를 순서대로 밟아가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20일 “조만간 북-미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낙관하며, 최종적인 것보다는 중간 합의(interim deal)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계적 비핵화는 남북미 3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는 카드라는 분석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비핵화의 구체적인 성과를, 북한은 비핵화 조치의 시작을 통해 국제 사회의 신뢰와 일부 제재 완화 등을 얻어낼 수 있다”며 “일단 낮은 수준의 비핵화 조치가 시작된다면 청와대가 원하는 남북 관계의 돌파구도 열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계적 비핵화 모델은 하노이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했던 비핵화 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낮은 단계의 비핵화에서 높은 단계의 비핵화로 나아가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는 한계도 있다.
이에 대해 여권 고위 관계자는 “하노이에서 실패를 경험한 북한이 똑같은 카드를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단 비핵화 조치의 첫 시작을 무엇으로 할지에 대한 합의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기존에 제시했던 영변 핵 시설 폐쇄를 넘어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얹을 수 있느냐가 첫 고비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미국도 과거 협상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실효성 있는 제재 완화는 높은 수준의 비핵화 조치가 이뤄진 뒤 보상으로 내걸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재임 기간 중에는 비핵화의 첫발을 떼고, 재선 성공 뒤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과시하는 것도 “나와 김 위원장만이 긴 비핵화 레이스를 마무리지을 수 있다”는 의미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