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반도체 본사 전경© 뉴스1
23일 피폭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회의록과 뉴스1 취재 등을 종합하면 서울반도체는 방사선발생장치와는 무관한 작업을 해온 하청업체에 X선 장치를 사용한 업무를 시키며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않았다.
앞서 원안위는 지난달 16일 서울반도체에서 방사선 피폭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서울반도체의 협력업체인 A사 직원들은 X선 장비의 문을 열었을 때 방사선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작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3일 진행한 원안위의 회의록에 따르면 피해를 입은 하청업체 A사의 직원들은 본래 서울반도체가 생산하는 반도체용 LED 생산 장비 설치하고 유지·보수하는 일을 했으며 문제가 발생한 X선 장비와 관련된 업무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A사에서 유지·보수하는 LED 생산 장비에서 불량제품이 많이 나오자 서울반도체 측은 A사에 불량품 검사를 요구했다. 이에 A사는 서울반도체가 보유하고 있던 X선 장비를 이용해 지난 7월15일부터 8월1일까지 불량품 검사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반도체에서 근무 중 7월12일부터 8월1일 사이 방사선 피폭 피해를 입은 C씨의 손을 지난달 18일 촬영한 사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제공)© 뉴스1
원안위는 서울반도체가 자신들이 직접 불량률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A사에 불량률을 검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가 난 장비는 서울반도체 소유였고 A업체는 방사선발생장비와 상관이 없는 업체였지만 서울반도체는 기기를 사용하는 전체 직원들에게 직접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 서울반도체 직원이 A사의 관리자급 직원 B씨에게 장비에 대해서 설명했고 B씨가 이를 전달한 것이 전부였다. 원안위는 B씨가 장비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된 상태가 아니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방사선에 피폭돼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는 A사의 직원 C씨는 시민단체를 통해 입사 당시 1시간도 안 되는 형식적인 안전교육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더욱이 그는 B씨가 안전연동장치에 테이프를 붙여 사용하라고 했으며 위험성이 있는지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C씨는 A사가 X선 장비를 사용하기 시작한 15일 입사했다.
서울반도체는 사용 주체에 하청업체를 명시하지 않았고 보상기준에도 서울반도체 직원이 아닌 작업자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원안위는 이런 서울반도체의 행위가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한 것은 아닌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교육을 진행했으나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것”이라며 “보상기준에 대해서는 원안위의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밝히기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원안위는 이번 사건과 같이 신고장비를 사용하는 다른 업체에서도 장비 관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사고 장비와 유사한 장비를 사용하는 기관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위험성이 좀 더 높은 허가장비의 경우 원안위가 주기적으로 검사하며 작업자를 기록하게 해 철저하게 안전관리가 되지만 신고장비 경우 이런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이에 일부 원안위 위원들은 신고장비 사용 업체들이 ‘안전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안위는 서울반도체의 원자력안전법 위반사항에 대해 조사해 행정 처분할 예정이며 염색체 이상에 대한 검사 결과, 작업자 면담, 재현실험, 전산모사 결과를 바탕으로 늦어도 10월 초까지 피폭선량평가를 진행할 방침이다.
(서울=뉴스1)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