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어위시
메이크어위시는 환아들이 병의 고통을 이겨내고 긍정적인 생활을 변화를 갖도록 꿈을 이뤄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간모세포종을 앓던 장선호(4) 군이 요리사가 돼 가족들에게 요리를 만들어준 뒤 웃고 있다. 메이크어위시 제공
치료 과정의 고통스러움을 잘 아는 병원 사회사업실의 의료사회복지사가 이따금 가연이에게 투병 생활이 참기 힘들면 도움을 요청하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가연이는 그때마다 “엄마가 저 몰래 우는 것을 봤어요. 그래서 아프지만 참아야 해요. 제가 울면 엄마가 더 힘들어하거든요”라며 씩씩한 웃음으로 답을 대신한다.
가연이처럼 소아암을 진단받고 투병 생활을 시작하는 아동은 매년 1200여 명에 달한다. 학교나 가정에서 놀이를 즐기고, 교육을 받아야 할 시기에 병원에서 힘겨운 치료와 수술을 경험하게 되는 아동과 청소년들은 극심한 신체적인 고통과 함께 심리적인 어려움도 경험할 수밖에 없다.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을 앓다가 완치된 변상호 씨(24)는 “골수 검사를 포함해 모든 치료 과정 동안 일부러 마취를 하지 않았다”면서 마취를 하면 통제되지 않은 말들이 나와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할 수 있어서”라고 말했다. 악성림프종에 걸렸다가 완치된 박정석 씨(23)도 “감기에 걸려도 쉽게 부모님께 말을 하지 못했다”면서 “소아암을 치료하면서 많은 비용이 든 걸 아는데 어떻게 또 아프다고 이야기해요”라고 반문했다.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치료를 받던 임다윤(4) 양이 공주의 꿈을 이뤄 기뻐하는 모습. 메이크어위시 제공
난치병에 걸려 투병 중인 아동들의 소원을 이뤄 주는 일을 목표로 하는 국제 비영리 단체인 ‘메이크어위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9월 소아암 인식의 달을 맞아 ‘암은 아이다움을 빼앗지만, 소원은 아이를 아이답게 만듭니다’(Cancer steals childhood. A wish brings it back)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모금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제2, 제3의 가연이를 달래주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또 소아암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향상시키고, 환아들이 소원을 이루는 경험을 통해 아이다움을 스스로 복원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5만 달러(약 5982만 원) 모금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백경혜 메이크어위시 한국지부 소원사업팀장은 “투병 중인 아이들에게 소원을 물어보면 부모님이나 평소 도움을 받아 고마웠다고 생각되는 분들에게 안마 의자나 냉장고, 여행상품 등을 선물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적잖다”고 말했다. 고통을 겪으면서 그만큼 나이에 걸맞지 않은 어른이가 된다는 뜻이다.
백 팀장은 이어 “힘겨운 투병 생활을 버텨내면서 미안한 감정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소원 성취는 온전히 나를 돌아보고 자신을 위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투병 의지가 강화되고 긍정적인 삶의 변화가 이뤄진다”고 소원 성취 프로젝트의 의미를 강조했다.
‘소원은 아이를 아이답게 만듭니다’ 캠페인은 메이크어위시 한국지부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참여가 가능하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