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임 환경상이 22일(현지시간) 기후변화에 대한 투쟁을 ‘섹시’(sexy)하고 ‘펀’(fun)하게 만들어 석탄 의존 국가를 저탄소 국가로 만드는데 젊은이들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기후변화 대처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 방식이 통상적으로 일본 관료들이 썼던 것과는 달라 눈에 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은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 전날 밤 연설에서 “정치에는 너무나 많은 이슈들이 있고, 때로 이들은 지루하기도 하다”면서 “기후변화와 같은 큰 문제를 다루는 것은 재미있고, 쿨(cool)하고. 섹시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탈탄소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으며, 좀 더 강한 나라로서 우리는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는 데 기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환경상은 일본 정계의 떠오르는 스타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이다. 그는 아베 신조 총리가 사임한 후 누가 총리가 됐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지목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를 초청한 것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설계자인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전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이다. 그는 아시아 청정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기 위해 고이즈미 환경상이 다양한 기업들과 은행들을 만나도록 돕고 있다.
현재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운동인 ‘미션 2020’을 이끌고 있는 피게레스는 “다른 나라들은 일본을 비롯해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협력해 석탄을 넘어서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고이즈미 환경상의 말과는 달리 일본 정부는 환경 관련한 국제적인 합의를 따르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토니우 구흐테스 유엔 사무총장은 2020년 이후 석탄발전소를 새로 짓지 말 것을 각국 정부에 촉구했지만 주요7개국(G7) 국가 중 유일하게 일본은 석탄 화력 발전소를 더 짓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와 은행들은 아시아의 다른 지역에 새로운 석탄 발전소를 짓는 데 자금을 대기도 한다.
실상이 이런데도 고이즈미 환경상은 1997년 합의된 기후 조약인 교토 의정서 체결에 일본이 큰 역할을 했다면서 “일본이 기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하기를 원한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하기도 했다.
‘섹시하게 기후변화 투쟁을 하자’는 발언에 대한 비난도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쏟아졌다. 너무 가볍고 내용이 없는 말이라는 것이다.
한 일본 시민은 트위터로 “나는 머리가 나빠서 섹시하게 어떻게 해야 환경 문제에 매달릴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또다른 이의 트윗은 “(섹시하고 재미있게 뭔가를 하는) 이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다른 직업을 찾아달라. 적어도 정치세계에서(처럼) 바보 취급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트윗은 “창피하니까 그만두라. 정치인이니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고 “외모보다 내실을 더 다듬으라”는 직설적인 말도 이어졌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