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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자율주행 사상최대 투자 2조4000억 원…美 합작사 설립

입력 | 2019-09-23 18:17:00

현대차 제공© 뉴스1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사상 최대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 한화로만 2조4000억원가량(20억달러)이다.

미국 자율주행 전문업체 앱티브와 조인트벤처(JV)를 맺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를 전문으로 하는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미래차 개발에 총력전을 다하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의 통큰 결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엡티브와 합작회사를 설립한다고 23일 공시했다.

완성차 업체와 유력 자율주행 기업의 합작회사 설립은 업계에선 이례적인 것으로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투자와 앱티브의 고도화된 기술력의 결합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주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합작법인 본사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하게 되고, 추후 설립 인허가, 관계당국 승인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중 최종 설립될 예정이다.

앱티브는 인지시스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컴퓨팅 플랫폼, 데이터 및 배전 등 업계 최고의 모빌리티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력은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업체 중 최상위권에 위치했다.

이번 계약으로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총 40억달러 가치의 합작법인 지분 50%를 동일하게 갖게 된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현금 16억달러(1조9100억원) 및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 역량, 지적재산권 공유 등 4억달러(4800억원) 가치를 포함, 총 20억달러(약 2조3900억원) 규모를 출자한다.

앱티브는 자율주행 기술과 지적재산권, 700여명에 달하는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인력 등을 출자하며 이 역시 20억달러 규모로 평가된다.

이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번 협력은 인류의 삶과 경험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함께 전진해나가는 중대한 여정이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 분야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와 현대차그룹의 역량이 결합된다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해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합작법인은 이사회 동수 구성 등 양측 공동경영 체계를 갖추게 된다. JV는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양산 기반과 앱티브의 자율주행 S/W 기술을 확보하게 되며, 양사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기적이면서도 밀접한 협업체계를 구축한다.

먼저 양사는 신설법인 설립으로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와 적극적으로연대 가능한 협업 시스템을 마련, 개방형 협력 구조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 S/W 기술 공급 기회를 확대하고 다양한 업체들과의 협업 과정에서 보다 신속하고 광범위한 기술 테스트 역시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연구개발 역량 및 글로벌 우수인재 확보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현대·기아차는 내연기관차 외에도 순수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량을 합작법인에 공급해 원활한 자율주행 연구 및 도로 주행 테스트를 지원하고, 기존에 앱티브가 펼치던 로보택시 시범사업에도 현대·기아차 차량으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앱티브 역시 자율주행사업부가 운영하던 기존 연구거점들은 신설 합작법인에 그대로 존치되며, 추가로 국내에도 연구거점을 신규 설립할 예정이다. 이로써 국내 자율주행 기술력도 ‘퀀텀 점프(Quantum Jump)’ 수준의 성장을 이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5G 통신, 인공지능 등 국내 관련 산업과의 협업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면서 4차산업 혁명과 고부가가치 산업의 동반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단순 협업 수준을 넘어 S/W 분야 최고 기술력을 갖춘 업체와 JV를 설립, 공동으로 기술개발에 나서는 점에서 조기에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은 Δ인지 Δ판단 Δ제어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이 과정이 원활하게 수행되기 위해서는 각종 하드웨어와 연계해 통합 제어할 수 있는 ‘엔드투엔드(End-to-End)’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자율주행 S/W를 단순 공급받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자율주행 솔루션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합작법인은 2022년까지 완성차 업체 및 로보택시 사업자 등에 공급할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운전자 개입 없이 운행되는 레벨 4~5(미국자동차공학회 SAE 기준) 수준의 궁극의 자율주행차를 조기에 시장에 선보여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개척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현대차그룹은 앱티브와 JV 설립 이후에도 기존에 협업하고 있는 글로벌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지속 유지하는 등 글로벌 기술 변화 트렌드에 공격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기반 통합 제어기와 센서 개발을 위해 미국 인텔 및 엔비디아와 협력하고 있다. 또 중국의 바이두가 주도하는 자율주행차 개발 프로젝트에도 참여 중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자율주행 개발 경쟁은 누가 우군을 더 많이 확보해 다양한 환경에서 더 많은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핵심 관건”이라며 “신설법인과의 우선적 협력을 통해 현대·기아차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더욱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