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SK그룹 ‘체질개선’ 가속
지난달 19일 나흘간 일정으로 열린 이천포럼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 계열사 중에는 에너지, 케미칼 등과 같은 단어가 포함된 기업이 많다. 중장기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이달 초 SK텔레콤 사명 변경 필요성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제공
SK그룹 관계자는 23일 “SK그룹 상당수 계열사들은 전통적 사업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활용한 체질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를 반영한 사명 변경 또한 중장기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초 SK텔레콤 월간보고 자리에서 “통신사업자라는 인식을 주는 텔레콤(Telecom)이란 단어가 사명에서 제외돼야 한다”라며 “AI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사명 변경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이 이동통신사업을 기본으로 하되 하루빨리 데이터 및 AI를 바탕으로 한 사업을 확장하고, 이를 사명에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 SK텔레콤은 통신사업을 통해 얻은 데이터가 있어도 이를 가공해 제3의 기업 및 기관에 팔기만 했지 이를 기반으로 한 사업을 스스로 발굴하진 않았다. 통신서비스 이용 내역을 금융기관에 건당 1000∼2000원씩 받고 팔아 수십억 원 정도의 이익을 남기는 식이었다. 앞으로는 직접 데이터 사업화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관계자는 “SK텔레콤의 모바일 기반 내비게이션 서비스 티맵이나 택시호출서비스 등도 모두 따지고 보면 고객들의 운전 습관과 사고 확률 등을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라며 “그동안 이 데이터를 팔아 이윤을 남겼다면 앞으로는 SK텔레콤이 데이터를 다루고, 사업화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내부적으로도 이동통신사업자라는 이미지를 굳힌 대표 브랜드 ‘T’의 변화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SK그룹의 에너지 분야도 체질 개선 작업이 한창이다. 올해 초 SK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에너지솔루션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인 것이 대표적이다. 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의 저장·사용·생산·운영 등에 ICT를 접목해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SK그룹 관계자는 “에너지·화학 관련 각 계열사별로 아직은 에너지솔루션이란 키워드 외에 구체적 신사업 추진 계획 등이 정해진 것은 없는 상태”라면서도 “다만 단순히 쓰고 버리는 에너지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등을 생각하는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 기업이라는 점이 사명에서부터 드러나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