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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텔레콤, AI회사 걸맞게 이름 바꿔야”

입력 | 2019-09-24 03:00:00

[커버스토리]SK그룹 ‘체질개선’ 가속




지난달 19일 나흘간 일정으로 열린 이천포럼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 계열사 중에는 에너지, 케미칼 등과 같은 단어가 포함된 기업이 많다. 중장기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이달 초 SK텔레콤 사명 변경 필요성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제공

단계적 공채 폐지, 임직원 인사제도 개편 등 굵직한 과제들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SK그룹이 주요 계열사들의 사명 변경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 동안 브랜드 변화 필요성이 거론됐던 SK텔레콤을 포함해 사명에 ‘에너지’ 혹은 ‘케미칼’ 등이 포함돼 있는 SK그룹 계열사 등이 대상이다.

SK그룹 관계자는 23일 “SK그룹 상당수 계열사들은 전통적 사업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활용한 체질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를 반영한 사명 변경 또한 중장기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초 SK텔레콤 월간보고 자리에서 “통신사업자라는 인식을 주는 텔레콤(Telecom)이란 단어가 사명에서 제외돼야 한다”라며 “AI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사명 변경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이 이동통신사업을 기본으로 하되 하루빨리 데이터 및 AI를 바탕으로 한 사업을 확장하고, 이를 사명에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 회장은 또 지난달 열린 SK그룹 이천포럼에서도 몇몇 계열사들의 사명 변경 필요성을 지적했다. 최 회장은 이천포럼 마무리 발언에서 “기업 이름에 에너지나 케미칼이 들어간 회사가 우리에게 많다. 그런데 이 단어들은 환경 파괴 혹은 사회적 비판 대상이 돼야 할 기업들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관련 사업자들도 ‘환경’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하고, 이 같은 방향성이 사명에서부터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수차례 “환경이 돈이 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미 SK그룹 각 계열사들은 ‘체질 개선’을 위한 작업을 시작한 상태다. SK텔레콤은 탈(脫)통신을 선언한 뒤 5세대(5G) 통신, AI, 커머스, 보안서비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 인수 및 지분 투자 등을 벌이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한 투자설명회에서 “AI 관련 기반을 갖추지 않은 조직이나 나라는 미래가 없다”라며 “SK텔레콤은 AI를 단단히 준비한 회사, 데이터로 사업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SK텔레콤은 통신사업을 통해 얻은 데이터가 있어도 이를 가공해 제3의 기업 및 기관에 팔기만 했지 이를 기반으로 한 사업을 스스로 발굴하진 않았다. 통신서비스 이용 내역을 금융기관에 건당 1000∼2000원씩 받고 팔아 수십억 원 정도의 이익을 남기는 식이었다. 앞으로는 직접 데이터 사업화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관계자는 “SK텔레콤의 모바일 기반 내비게이션 서비스 티맵이나 택시호출서비스 등도 모두 따지고 보면 고객들의 운전 습관과 사고 확률 등을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라며 “그동안 이 데이터를 팔아 이윤을 남겼다면 앞으로는 SK텔레콤이 데이터를 다루고, 사업화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내부적으로도 이동통신사업자라는 이미지를 굳힌 대표 브랜드 ‘T’의 변화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SK그룹의 에너지 분야도 체질 개선 작업이 한창이다. 올해 초 SK그룹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에너지솔루션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인 것이 대표적이다. 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의 저장·사용·생산·운영 등에 ICT를 접목해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SK그룹 관계자는 “에너지·화학 관련 각 계열사별로 아직은 에너지솔루션이란 키워드 외에 구체적 신사업 추진 계획 등이 정해진 것은 없는 상태”라면서도 “다만 단순히 쓰고 버리는 에너지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등을 생각하는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 기업이라는 점이 사명에서부터 드러나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