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장관 자택 압수수색] 조국, 당시 서울대 인권법센터 참여… 친분 있는 변호사 아들 파일도 발견 “조국딸 인턴활동 하루도 안해”… 檢, 인권법센터 관계자 진술 확보 충북-아주-연세대도 압수수색, 부정입학 수사 조국 아들로 확대
하지만 지난달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모 씨를 통해 조 장관 자택의 PC 하드디스크가 교체되는 등 증거인멸 정황이 나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김 씨는 “하드디스크를 교체할 당시 조 장관이 ‘아내를 도와줘서 고맙다’고 했다”는 진술까지 했다. 게다가 자택 하드디스크에서 조 장관 자녀뿐 아니라 단국대 의대 장영표 교수 아들(28), 조 장관과 친분이 있는 변호사의 또 다른 고교생 자녀의 서울대 법대 산하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활동 증명서 파일까지 발견됐다.
○ “자택 PC 속 증명서는 직인 없는 미완성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조 장관 자택 PC 하드디스크에서 발견된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활동 증명서가 직인이 찍혀 있지 않은 미완성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조 장관 자녀들이 대학, 대학원에 제출한 최종본과는 다른 형태라는 얘기다. 조 장관 자녀가 고교 학교생활기록부 등재나 입시증빙용으로 대학에 증명서를 제출하기 위해서는 인턴활동 증명서에 공익인권법센터의 공식 직인이 찍혀야 한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당시 서울대 법대 교수였던 조 장관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조 장관은 당시 공익인권법센터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 장관은 23일 출근길에서 “저희 아이는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을 했고 센터로부터 증명서를 발급받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당시 공익인권법센터장이었던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실무자가 발급해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직원은 현재 형정원에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인턴십 기간은 조 씨 등이 고등학교 3학년 때인 2009년 5월 1∼15일이다. 이 기간은 1년에 단 한 번 보는 AP(미국대학 과목 선이수제) 시험 기간과 겹친다. AP 성적이 좋을수록 미국 명문대 입학에 유리하기 때문에 유학을 원하는 고교생이 집중해야 하는 과정이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2009년 미국 50위권 대학에 가려면 7∼15개 AP 과목에 응시하고 이 중 7, 8개에서 만점(5점)을 받는 것이 평균이었는데, 조 씨 성적은 안정권이 아니어서 고3 마지막 AP 시험 기간 인턴을 했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조 씨는 단 5개의 AP 과목을 취득했을 뿐이다.
○ 학교 4곳 포함, 9년간 반복된 입시비리 수사
검찰이 조 장관 자택과 함께 두 자녀들의 입시 증빙자료가 제출된 학교 4곳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입시비리 의혹의 진상과 일련의 과정들을 빠짐없이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이화여대는 조 장관의 딸 조 씨가 2009년 학부 입학 때, 충북대와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과 연세대 일반대학원은 아들 조모 씨가 각각 2017∼2018년 대학원 입시를 치른 곳이다. 모두 위조된 동양대 총장 표창장과 허위 인턴증명서가 제출된 곳들로, 시기는 2009∼2018년까지 9년에 걸쳐 있다. 조 장관의 딸 부정 입학 의혹을 수사했던 검찰이 아들의 부정 입학으로 수사를 확대한 것이다.
조 장관 딸은 위조된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2013년 서울대와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에, 2014년 부산대 의전원에 각각 제출했다. 법조계에서는 조 장관 부부가 두 자녀의 입시에 이용할 목적으로 수년간 허위 문서 작성과 제출을 반복해 왔다면 위법성이 더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단 한 번의 우발적인 입시 비리보다 죄질이 더 나쁘다는 얘기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법원 양형단계는 물론이고 검찰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신병 처리에도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김동혁·김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