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장관 자택 압수수색] 이해찬 “확실하게 드러난 것 없어”… 黨지도부는 조국 두둔 입장 고수 내부선 “지식인층 등돌리기 시작, 이젠 文대통령이 결단해야” 靑 불쾌감 속 “입장 낼 계획 없다”… 文대통령 방미중 檢조치에 당혹
“먼지 털기식 수사 가장 나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 관행상 가장 나쁜 것이 먼지 털기식 수사, 별건 수사”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 민주당 “출구전략 고민해야” 목소리도
초유의 현직 법무부 장관 자택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에 대해 민주당은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식적으론 “예상됐던 수순”이라고 했지만, 물밑에선 “이제라도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된다” “이젠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규모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까지 확실하게 진실이 밝혀진 건 별로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조 장관 자택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부인인 동양대 정경심 교수를 겨냥한 것일 뿐 조 장관을 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다른 최고위원도 “자택 압수수색은 예정돼 있었던 것”이라며 “결국 조 장관 본인에 대한 혐의점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당에서도 공개적으로 (사퇴론이) 터져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 대표는 지난주 의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조 장관이 기소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 본인이 기소되기 전까지는 현재의 당 스탠스가 바뀔 것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의원들의 위기감은 크다. 21대 총선을 6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는 물론이고 수도권까지 대다수 지역과 세대에서 악화되고 있는 민심이 하루가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 영남권의 한 의원은 “8월 일본의 수출 보복 조치 국면까지만 해도 승산이 있었지만 조국 사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며 “의원들은 각자도생(各自圖生)해야 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도 “특히 교수들의 시국선언 등 지식인층이 등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지역 내 조직이 탄탄하지 않으면 의석을 내놓아야 할 위기까지 몰렸을 정도로 여론이 심상치 않다”고 했다.
‘대통령의 결심’을 우회적으로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당 지지율이 30%대 초반이고 대통령은 아무리 낮다고 해도 40%대인데 누가 대통령 결정에 토를 달겠느냐”며 “다들 대통령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청와대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청와대는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특별히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정례 브리핑도 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오전 현안점검회의에서도 검찰 수사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현안점검회의가 끝날 때까지 청와대는 검찰의 압수수색 사실을 알지 못했고, 사후에 법무부를 통해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서는 검찰의 수사가 문 대통령의 뉴욕 방문 기간에는 한 호흡 쉬어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북한 비핵화 협상의 중대 분수령이 될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런 예상을 깨고 문 대통령의 뉴욕 방문 첫날 초유의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에 나섰고, 청와대는 “도대체 검찰이 어쩌려고 저러느냐”며 들끓었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 관계자들이 대외적으로 침묵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검찰이 아주 재를 뿌리려고 작정한 것 같다’며 격앙된 기류”라고 전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한상준·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