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24일 새벽 트럼프와 회담
뉴욕 도착한 文대통령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 시간) 뉴욕 JFK 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을 나온 조윤제 주미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3일 오후 5시 15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비핵화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뉴욕=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2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북한이 하노이 회담 이후 안전보장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며 “안전보장, 제재 해제 문제에 대해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한다는 미국 측의 기본 입장을 공유하면서 (북-미) 협상이 시작됐을 때 어떤 경과를 통해 나갈지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실무협상 재개 의향을 밝힌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체제 안전보장 해법이 핵심 의제로 논의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문 대통령은 체제 안전보장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비무장지대(DMZ) 지뢰 제거를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강원 철원군 화살머리고지 등 유해 발굴지역에서 이뤄진 지뢰 제거를 DMZ 전 지역으로 확대하자는 구상이다. 미국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이미 논의된 북-미 연락사무소, 종전선언 등을 넘어선 실질적인 체제 안전보장 카드를 내놓기 어려운 만큼 북한과 직접 대치하고 있는 한국이 실질적인 군사적 긴장 완화 역할에 나서겠다는 것.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을 향해 막말 비난을 퍼붓던 북한의 태도도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북한 대남선전매체 ‘우리 민족끼리’는 이날 ‘민족 공조만이 유일한 출로’라는 글에서 “남조선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출로는 사대적 근성과 외세 의존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민족공조의 길로 나가는 데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남조선 당국자들과 다시는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던 것과는 달라진 태도다.
이제 시선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간극을 좁힐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느냐는 데 쏠리고 있다. 최근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방법(new method)’을 언급하는 등 기존 선(先)비핵화, 후(後)보상 기조 대신 유연한 태도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단계적 비핵화를 하더라도 비핵화 프로세스의 ‘입구’로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동결’을 재차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협상 입장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보다 마냥 후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당시 북한에 요구했던 핵심적인 비핵화 초기 조치였던 ‘WMD 동결’이 다시 협상테이블에 올라올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미국은 또 이번 실무협상에서 전체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포괄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북-미 간) 비핵화 로드맵을 어떻게 그릴 것이냐에 대한 이견이 있는 만큼 실무협상에선 로드맵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선 동맹 업그레이드 방안도 집중 논의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복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둘러싼 균열 우려 속에 문 대통령은 2조4000억 원 규모의 현대자동차 신규 자율주행차 투자 등 대기업들의 미국 투자 계획과 미국 셰일가스 도입 계획 등을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문병기 weappon@donga.com / 한기재 기자